<앵커>
누적 적자만 4조 5천억 원에 이르는 만년 적자 기업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100조 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국내 기업으로 따지면 삼성전자 다음이고 현대차 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건데요.
쿠팡의 날갯짓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가치가 요동치는 등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상장 첫날 100조 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월가 입성에 성공한 쿠팡.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이 ‘진짜 아마존’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자, 향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 쿠팡의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는 7.6배로 아마존의 5.5배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투자 금액의 7배에 이르는 수익(공모가 기준)을 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빠르게 ‘엑시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김선형 L&S홀딩스 대표 : "쿠팡은 수치적으로 정확한 기업 가치 판단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바이오·제약 기업의 경우 '꿈을 먹고 사는 업종'으로 평가하는데 쿠팡도 이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텐데,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지금부터 엑시트를 생각할 겁니다. 아니 이미 계획을 세워 놓았겠죠."]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쿠팡이 아마존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1500만 명에 이르는 쿠팡의 충성고객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라고 본 겁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 "쿠팡을 소매업으로 평가하면 100조가 될 수 없지만 '아마존의 아시아판'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쿠팡과 거래한 고객수가 1500만 명에 육박합니다. 활성고객수가 1500만 명이면 어떤 사업을 해도 가능합니다."]
뉴욕 증시 상장으로 5조 원의 실탄을 장전한 쿠팡은 충성고객을 더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입니다.
우선 국내에 7개의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해, 우리나라 전역을 로켓배송 영향권 안에 둔다는 전략입니다.
아울러 쿠팡플레이 킬러 콘텐츠 확보에 힘쓰는 한편, 쿠팡이츠의 전국 확장을 위해 추가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에 맞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신세계와 네이버로, 두 기업은 사실상 쿠팡에 맞서기 위한 ‘반(反)쿠팡 연대’를 결성했습니다.
신세계는 네이버의 온라인 채널과 기술력을 지원받고, 네이버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이마트 등의 역량을 활용해 쿠팡에 맞서겠다는 계산인데, 네이버와 협력관계인 CJ대한통운까지 가세하는 3자 연합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쿠팡의 약진은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을 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쿠팡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되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성공 신화에 힘입어 상장에 도전하는 후발 주자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새벽 배송'의 원조 마켓컬리도 서둘러 상장 계획을 발표한 데는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투자금 확보가 필요하단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김선형 L&S홀딩스 대표 : "현재 쿠팡이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5조원의 돈을 끌어왔기 때문에 경쟁사들을 고사시킬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거죠.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하고 경쟁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3사'로 시작한 티몬도 올 하반기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고 11번가 역시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쿠팡 프리미엄'에 힘입어 기업가치를 재산정해야 한단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단 점도 이커머스 업계가 상장 대열에 나선 이유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 "쿠팡이 이번에 엄청난 대박을 터트리면서 한국 소매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성장한 쿠팡을 고평가 해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경쟁자들의 주가도 재조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쿠팡의 미국 상장이 불러온 '나비효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가 하면, 자금 확보를 위한 상장 추진 가속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선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