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신도시를 만들면 제일 좋아하는 두 부류는 지역 국회의원과 LH 직원'이라고 발언한 것이 뒤늦게 조명된 유현준 교수가 12일 "한쪽으로 힘과 권력, 정보가 너무 집중되면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말해 LH사태를 예언한 사람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유교수의 발언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 중 하나는 "왜 모든 개발이익을 독점하려고 하는가, 왜 LH의 영향력 늘리려고 하는가, 과연 정부는 선한가라"라는 다각적인 면의 분석이면서 정치인도 기자도 아닌 건축가이자 도시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LH는 120조 이상의 적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인원이 6천명에서 9천명까지 늘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행자가 'LH가 토지수용권, 공공택지 개발할 수 있는 독점개발권, 땅 용도 바꿀 수 있는 용도변경권 등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고 지적하자 유 교수는 "룰을 만들고 룰을 플레이하는 사람도 본인들이고, 심지어는 거의 민간 플레이어들도 사실 LH 출신들이 다 임원으로 들어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 "LH공모전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LH출신 임원들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대형설계사무소, 즉 아파트 프로젝트를 따야하는 경우에는 LH출신 임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2.4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사실은 뚜껑 열어보면 거의 LH를 위한, LH에 의한, LH의 개발"이라며 "거기다가 국토부 장관도 LH 사장 출신으로 되어 있고, (정부가) 모든 문제를 LH를 통해서 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정치권과 LH의 유착이 LH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시스템의 문제"라며 "점점 비대하게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은 정치권의 영향이다. 뒤에서 모든 권력을 가지게 되는 정치가들이 있어서"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권에서) 본인이 개발을 하고 그를 통해 표를 얻으려고 하는 쪽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신도시 개발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중에 하나는 국토부에 관련된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고, 이들이 LH의 인사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공생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또 정세균 국무총리의 'LH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해야 된다'는 발언에 대해 "공공은 아무리 환골탈태해 봤자 한계가 있다. 공공기관과 정치권의 연결 관계 때문에 그렇다"며 "정치가들이 다 선하고 정부가 선한 거는 아니다. 오히려 악당과 위선자들의 싸움에 국민들만 중간에 끼어서 피 본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해결책으로 "플레이어의 개수를 늘리는 게 맞다고 본다.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권력은 쪼개질수록 저는 더 정의에 가까워진다"며 "서로 견제할 때 그나마 좀 나아지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민간이 됐건 공공이 됐건 간에 절대선이 나올 수 없다"고 조언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