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공부폰 '갤럭시A12' 사용기…이렇게까지 빼도 쓸만할까 [홍IT인간]

입력 2021-03-12 17:45
수정 2021-03-12 18:28
보급형 A시리즈 '시작' 제품
27만원대에 가성비 누리기엔
공부폰으로 쓰기에 좋은 이유
A32 등 후속 모델 기대 높아져
※ 해당 리뷰 제작을 위해 삼성전자로부터 기기를 대여받았음을 밝힙니다.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보급형 스마트폰들이 다시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단연 삼성전자 제품들이 눈에 띕니다. 삼성은 지난해 갤럭시S20 시리즈 흥행 실패를 A31, A51 같은 이른바 가성비폰으로 방어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중국 화웨이의 빈자리를 메우는 동시에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아이폰SE 3세대도 견제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다작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보급형 A시리즈를 총 9가지나 내놓을 전망인데요. 국내에선 갤럭시A12를 시작으로 A32, A42, A52, A72 등을 선보입니다. A12는 출고가 27만원대로 보급형 스마트폰에서도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동남아나 인도 등에서 우리돈 10만원대에 팔리는 삼성 제품들도 있지만 '비싼폰' 위주로 발달한 국내에선 가장 기초적인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A시리즈의 시작을 연 A12는 과연 만족할 만한 가성비를 제공할까요?

● 무난한 디자인에 무난한 화면

갤럭시A12는 6.5인치 LCD 화면(720 x 1600)에 인피니티U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지난해 29만원대로 출시됐던 갤럭시A21S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먼저 탑재됐던 인피니티 O 디스플레이(펀치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비교했을 땐 아쉬운 대목입니다. 곧 시장에 나오는 A32와 A42 모두 인피니티U 화면을 적용했습니다. 보급형 스마트폰에선 출시를 앞둔 A52부터 펀치홀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12는 LCD 스마트폰 특유의 물 빠져 보이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HD+ 급 화면을 적용했기 때문에 유뷰트에서 1080P까지 나오며 넷플릭스에서 최대 재생해상도 SD를 지원합니다. 가격을 감안하면 좋지도 않지만 아주 못 봐줄 수준의 화면은 아닙니다. 다만 가격대가 비슷한 LG전자의 Q61이나 샤오미 홍미노트9S가 FHD 급 화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A12의 화면은 강점이 될 수 없습니다. 인치당 화소수를 나타내는 ppi는 A12가 270 수준으로, Q61(395ppi)나 홍미노트9S(395ppi)에 미치지 못합니다.

제품 디자인은 지난해 나왔던 A31·A51처럼 줄무늬를 사용했습니다. 전체적인 제품 크기는 기존 A시리즈들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무게는 205g으로 A21S(192g)보단 다소 무겁습니다. 측면 전원 버튼으로 지문인식이 가능하고 3.5mm 이어폰 단자도 있습니다. 배터리는 5,000mAh로 넉넉한 편입니다. 삼성페이와 방수방진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 버벅거림은 최대 단점…"대체재는 많다"

갤럭시A12는 미디어텍의 헬리오P35 MT6765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벤치마크 점수(긱벤치5)는 싱글코어가 169점, 멀티코어가 963점으로 나타났는데요. 갤럭시A21S에 들어간 엑시노스 850의 점수가 각각 183점, 1,070점을 기록했기에 점수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수치와는 별개로 체감 성능은 비슷한 가격대인 A21S에 비해 떨어집니다. 간단한 웹서핑 중에도 반응 속도가 느립니다.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가로모드로 전환시키는 데만 1~2초의 지연이 발생합니다. 똑같은 3GB 램(RAM)에 규격도 eMMC 5.1로 같지만 최적화가 덜됐다는 인상입니다.



퀄컴 스냅드래곤720G를 적용한 샤오미의 홍미노트9S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큽니다. 벤치마크에서 싱글코어 560점, 멀티코어가 1,745점으로 점수 자체 격차도 크지만 체감 성능 차이는 더 큽니다. 국내 출고가 기준으로 A12보다 홍미노트9S가 1~2만원 저렴하다는 점에서 A12만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학생들 공부를 위해 기본적인 전화 기능만 지원하는 '공부(신)폰'으로 해당 모델이 올라와 있는 게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 이것저것 다 뺐지만 카메라는 기대 이상

갤럭시A12에는 지자기 센서, 방향 센서, 자이로스코프 등 일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센서들도 많이 빠져 있습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GPS로 내 위치는 확인할 수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보여주지 못합니다. GPS로 구동되는 내비게이션은 실행됩니다. 이런 탓에 '어디까지 빼줘도 사주나' 실험하는 제품이라는 소비자들의 비판도 존재합니다.



카메라 성능이 기대 이상인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입니다. A12은 전면 800만화소에 후면 4,800만화소, 500만 초광각, 200만 접사와 뎁스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제조사들이 보급형 스마트폰에 그래도 쓸만한 카메라를 넣어준다는 점에서 스펙 자체는 경쟁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홍미노트9S와 비교했을 때 빛이 있는 주간 환경에선 밝기는 다소 어둡지만 피사체 본연의 색감을 잘 살려줍니다. 4,800만화소 사진은 더 선명한 모습이죠. 야간 환경에서도 제법 괜찮은 사진을 구현합니다. 빛이 없으면 아주 어두운 사진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홍미노트9S에 비해 야간에도 밝은 질감을 표현합니다. 홍미노트에서 나이트(야간) 모드를 켜도 A12가 상대적으로 더 밝은 사진을 구현합니다.



대신 위상차 AF(오토포커스)가 아닌 고전적인 방식의 AF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동초점의 반응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카메라앱 자체의 버벅거림은 없지만 사진이 찍히고 저장되는 속도는 빠르지 않습니다. 동영상도 FHD 30프레임까지만 지원합니다. 부가적인 추가 기능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기본 사진 찍는 용도로 품질은 좋습니다.

출고가 27만5천원 갤럭시A12는 용도가 분명한 제품입니다. 성능 욕심 없이 저렴한 전화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이죠. 후속으로 출시될 갤럭시A32, A42, A52, A72 등 등급이 오를수록 추가해야 하는 기능들도 많기에 삼성 입장에선 여러 기능들을 빼야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의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모델을 비롯해 지난해 나왔던 갤럭시A21S와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 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갤럭시 브랜드를 공유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스마트폰입니다. 이왕에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출시됐다면 특성이 눈에 더 들어왔을 거란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