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 K에너지, K금융과 같은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2021년 신년사 中)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하면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미래사업 추진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 중 금융계열사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한화생명. 하지만 최근 노동조합과의 갈등이나 당국 제재로 인한 자회사 매각 무산 등 산적한 과제들이 많아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의 미래사업 추진에 금융계열사가 'K금융'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노동조합은 이날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본사와의 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화생명은 보험상품의 제조, 판매 분리(제판분리)의 일환으로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회사로의 강제 이동과 보험판매 수수료 삭감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한화생명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을 원상복구 할 것을 요구하며, 자회사형 GA의 영업규정, 수수료 규정 등 설계사들과 관련한 내용들에 대해서 노조와 교섭을 통해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지난해 한화생명의 순익은 1,969억으로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그 중 225억 원의 배당금을 확정했다"며 "게다가 수조 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 놓고, 해마다 배당잔치를 하면서도 보험설계사들이나 노동자들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생명의 노사 갈등은 이 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화생명 노조는 자회사형 GA 설립이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유발한다며 연가투쟁을 진행했고, 총파업까지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고용안정 보장과 지점장 정규직 신분 보장, 현재 근로조건 유지 등의 조건에 노사간 합의로 일단락된 바 있다.
한화생명은 이미 판매전문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대표이사로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를 내정했다.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4월 1일 출범하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들이 요구하는 조건들까지 한화생명이 수용해 원활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실제 제판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보험사들도 이런 이유로 노조와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 과제는 또 있다. 최근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도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 매각이 무산됐다.
당초 한화손보는 캐롯손보를 한화자산운용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지난해 11월 한화자산운용의 대주주인 한화생명이 회사가 소유한 63빌딩에 대주주인 한화갤러리타임월드 면세점을 입점시키면서 약 80억 원을 사실상 무상 제공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게 된 것이 결격사유가 돼 대주주 변경 승인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화생명은 이 때문에 1년간 신사업 진출도 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김 회장의 미래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된 셈이다.
여기에 제2의 재벌규제로 불리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도 악재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한화를 포함한 삼성, 현대자동차 등 복합금융그룹 차원의 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한화생명은 총자산 122조 원으로 한화금융그룹 총자산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압도적이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이들 금융사의 재무, 경영위험 등 관리 실태를 2~3년 마다 감독하게 된다. 평가 결과 정당한 이유 없이 금융그룹의 재무상태를 미보고·허위 보고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김 회장이 한화생명을 '그룹의 심장'으로 표현한 만큼 K금융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그 만큼 눈 앞에 놓인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