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최초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에서 지난 23일 첫 전기차로 공개한 아이오닉5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사전계약 물량은 2만 3,760대. 국내 완성차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사전 계약 대수를 기록함과 동시에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사전 계약 대수를 뛰어넘는 수치다. 테슬라와 같은 경쟁 모델의 부재나 보조금 적용 시 3천만 원대에 구입 가능하다는 점 등이 구매자들의 관심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이오닉5에는 기존에 소개됐던 특징 외에 사용자의 관심을 끌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번 ‘궁금타’에서는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가 갖고 있는 특별한 기능 5가지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 차 외부서 배터리 잔량을 한눈에 확인한다
아이오닉5 앞뒤 범퍼의 중간 부분을 살펴보면 세로로 내려온 까만 라인을 발견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동물 얼굴의 인중과 같은 느낌이다. 이게 뭘까 궁금해 차 디자인을 총괄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 담당 전무에게 직접 물었다. 이 전무 설명에 따르면 이 까만 부분은 차량 외부에서도 충전 상태를 알려주는 불이 들어오는 곳이다. 배터리 잔량 여부는 실내에서나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지만 차 밖에서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전무는 “다른 차들도 아이오닉5의 충전이 어느 정도 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충전기가 한정돼있는 곳에서 아이오닉5를 충전하고 있을 때 대기하는 다른 차주는 이 까만 라인을 보고 완전히 충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기다리는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아이오닉5 끼리는 휴대용 충전 케이블로 즉각적인 배터리 충전도 가능한데 이럴 경우 충전 차량과 방전 차량의 배터리 잔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주행중 태양광 충전 가능…쏠라루프패널 탑재
주행 중 전기배터리를 충전하는 시대는 이제 현실이 됐다. 먼 미래 일일 것 같은 일을 '쏠라루프패널'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원리를 설명하자면 썬루프에 반투명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에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평균 일사량과 후륜 구동 19인치 타이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주행 가능 거리는 연 최대 1,500km 늘어난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차가 정차중이거나 주행 중 모두 충전이 가능하다. 이 솔라 루프는 선택 사양이며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기술이 발달하면 차량에 부착된 모든 유리에 반투명 태양광 패널이 부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여서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루프 강성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뒤를 비추는 후방 거울이 없다?...'디지털사이드미러' 장착
'디지털사이드미러'는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사양으로 일반 거울을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한 장치이다. 모니터를 통해 후방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광학 거울의 경우 18도 정도의 각도를 살필 수 있지만 이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활용할 경우 최대 29도까지 시야 각도 확보가 가능하다. 즉, 일반 광학 거울보다도 11도가량의 사각지대를 더 잡아낸 것이다. 다만 모니터가 실내에 있어 처음 접한 사용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비가 오거나 야간 상황에도 후방 시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후진할 때에는 화면이 확대되고 차선을 변경할 때에는 보조선이 표시되는 등 추가 기능도 심어 놨다. 이 '디지털사이드미러'의 작동 온도 범위는 영하 30도에서 영상 70도이다. 특히 저온에 취약한 LCD 대신 OLED를 탑재해 모니터의 선명함은 물론 온도 변화에도 신경을 썼다. 앞서 아우디 E-트론에도 디지털사이드미러가 적용됐다. 하지만 E-트론의 경우는 접히지 않는 반면, 아이오닉5의 경우는 접히도록 설계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 핸들 뒤쪽에 달린 기어변속레버…'컬럼타입전자식변속레버(SBW)'
아이오닉5에 장착된 기어변속레버는 특이하게도 스티어링휠 뒤쪽에 달렸다. 보통 일반적으로 센터 콘솔 쪽에 위치한 것과는 차별화를 뒀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공간을 확보하는 등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위해 바꾼 것인데 처음 접하는 사람은 다소 생소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기차의 경우는 저단부터 고단을 바꿀 필요 없이 D(드라이브)모드와 N(중립)모드, R(후진)모드만 있기 때문에 실제 작동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 변속기의 정확한 명칭은 '컬럼타입전자식변속레버(SBW)'이다. 변속 방법은 앞쪽으로 한번 돌리면 전진, 뒤쪽으로 한번 돌리면 후진, 봉 가운데 P(파킹) 버튼을 누르면 파킹에 놓이게 된다. 변속 조작 방향과 구동 방향을 일치시켜서 직관적인 조작을 유도했다. 또, 차의 시동이 꺼지거나 운전석 문이 열리게 되면 자동으로 파킹 위치로 체결되는 점도 특징이다.
● 저온 시 배터리 소모 줄이는 ‘히트펌프시스템’
전기차는 낮은 온도에 상당히 민감하다. 주행 가능 거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히트펌프시스템’이다. 이번 아이오닉5에 적용됐다. 작동 원리는 에어컨의 원리와 유사하다. 에어컨 냉매는 압축과 응축 과정을 거치면 온도가 높아지고, 반대로 팽창하고 증발하는 과정을 거치면 온도가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차가워진 냉매는 실내로 유입되면서 시원한 바람을 제공하게 되고, 뜨거워진 냉매는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히트펌프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다만, 에어컨이 실외기를 통해 열을 밖으로 배출했다면 히트펌프는 폐열을 히터로 활용하는 원리이다. 아이오닉5도 겨울철 이 폐열을 활용해 실내 히터로 활용하거나 배터리 주변 온도를 끌어올려 전력 소모를 줄이게 된다. 그러면서 실제 겨울철 주행 가능 거리가 짧아지는 단점을 보완한다. 다만 현대차 측은 아이오닉5에 적용된 히트펌프시스템에 의한 구체적인 전력 소모 감소 수치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현대차 측은 아이오닉 5가 포니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지만, 새로운 타입의 차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더욱 새롭고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를 만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자동차 역사에 미래 전기차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궁금타]란?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의 시승기와 분석을 통해 일반적인 궁금증부터 산업 트렌드까지 살펴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