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한테는 언제 기회를 줍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돌발 질문에 웃음이 터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순서가 좀 늦게 오시기를"이라고 답했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면 솔선수범하겠다'는 문 대통령이다. 정 청장의 답변은 '백신 불안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순서'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 1호 접종'을 둘러싸고 날을 세웠던 정치권은 무색해졌다.
문 대통령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찾았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오상철 마포구 보건소장 등이 함께했다.
오전 8시 43분 마포구 보건소에 있는 코로나19 재난안전 종합상황실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정 청장으로부터 예방접종 계획을 최종 보고 받았다. 이어 오 소장이 마포구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접종 계획을 보고했다.
백신 접종에 앞서 예비진료가 이뤄지는 예진실을 시작으로 접종실과 이동관찰실, 집중관찰실을 순서대로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김서진 간호사에 "드디어 1호 접종을 하시겠다"고 인사를 건넸고 김 간호사는 "네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만약 체온이 높다든지 상태가 좋지 않다든지 하면 다음에 접종할 날짜를 다시 지정해주느냐"고 묻는 등 현장을 꼼꼼히 체크했다.
접종 시각인 9시가 임박하자 다시 접종실로 이동했다. 마포구 보건소 첫 접종자는 푸르메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인 의사 김윤태 씨였다. 문 대통령은 김 씨에 "역사적인 1호 접종이신데 접종하는 것 좀 지켜봐도 되겠습니까"라고 양해를 구했고 김 씨는 "영광입니다"라며 허락했다.
김 원장이 간호사에 "아프지 않게 놔달라"고 하자 지켜보던 문 대통령은 "아니, 의사 선생님인데…"라며 웃기도 했다.
전국 65세 미만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요양·재활시설 종사자와 입원·입소자를 대상으로 이날 9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됐다.
첫 일주일간 18만 명 정도 접종이 이뤄질 계획이다. 백신 접종 시작은 다른 나라보다 다소 늦었지만 정부는 접종 완료 시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오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