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삼성이 화웨이 디자인을 모방하는데 적어도 1년은 걸린다"
2019년 자사 최초 폴더블폰 메이트X 공개 몇 달 뒤 리처드 유(중국명 위청둥) 화웨이 CEO(최고경영자)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화웨이 메이트X 경첩에 100개 가량의 부품을 넣어 접을 때 디스플레이가 당겨지는 부분에 무리가 가지 않게 만들었다"면서 "삼성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안 쪽으로 탑재돼 제작하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습니다.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의 메이트X가 안으로 접는 인폴딩 형태 삼성 갤럭시 폴드보다 더 뛰어나다고 자랑한 겁니다. 당시에도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지적은 나왔습니다. 메이트X는 10만번 이상 접었다 펼 수 있는 내구성을 가졌습니다. 이에 반해 갤럭시 폴드는 그 2배인 20만번 이상의 내구성을 확보했죠. 또 그의 말과 달리 바깥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보다 안으로 접는 인폴딩이 곡률반경이 작아, 즉 더 많이 접히는 탓에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습니다.
● 삼성 도발했는데 앞에 닥친 건 미국 제재
두 제품 모두 출시가 6개월 정도 지연되면서 최초 폼팩터로써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출시 이후엔 갤럭시 폴드는 1세대임에도 사용성이 괜찮다는 평가가 나왔죠. 반면 메이트X는 영하 5도 이하에서 제품을 펼치거나 접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있어 소비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갤폴드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는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화웨이가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 기업에 오르면서 메이트X는 사실상 글로벌 무대에 설 기회조차 잃었습니다. 화웨이는 지난해 2월 디스플레이와 힌지를 개량한 메이트XS를 전세계에 출시했지만 큰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은 Z플립·Z폴드 시리즈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전체의 7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밖으로 접는 게 좋다면서…"이번엔 안으로 접을래"
포기한 줄 알았던 화웨이가 새로운 폴더블폰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름은 '메이트X2' 입니다. 이달 22일 상하이 MWC 2021 현장에서 공개할 전망인데요. 지난 2일 리처드 유 CEO는 자신의 웨이보에 홍보 포스터를 게재하고 제품 공개 날짜를 알렸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삼성전자처럼 인폴딩 방식을 채택했다는 겁니다.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 아웃폴딩과 인폴딩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기존 화웨이 메이트X처럼 아웃폴딩 방식은 접힌 화면을 펼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작업의 연속성이 조금 더 있는 거죠. 인폴딩 방식은 두 개의 스크린을 따로 탑재해 제각각 써야합니다. 대신 내부 화면이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 면에서 낫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메이트X2의 추정된 이미지를 살펴보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갤럭시Z 폴드2와 매우 흡사합니다. ▲ 6.45인치 전면 디스플레이(1160 x 2700) ▲ 8.01인치 내부디스플레이(2200 x 2480) ▲ 기린 9000 AP ▲ 4,400mAh 배터리 ▲ 66W 고속충전 등을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폴딩 방식으로 바뀌면서 후면 카메라를 전면 셀피 카메라로 활용하던 방식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Z폴드2처럼 따로 전면 카메라를 탑재하게 되는데요. 후면 카메라는 4,000만화소 메인, 4,000만 초광각, 1,200만 망원(3배 광학줌)에 3,200만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이트X2는 본래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죠. 하지만 최근 패널 공급사가 중국 BOE로 변경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언제든지 미국이 딴지를 걸 수 있는 상황에서 품질보단 안정적인 공급망이 중요했단 분석입니다.
● 팔면 팔수록 손해…매각 전 '몸값' 높이기?
미국의 제재 이후 화웨이가 직면한 상황은 순탄치 않습니다. 구글 서비스 이점이 사라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6%에서 2020년 14%로 2%p 줄었습니다. 특히 2020년 4분기엔 8%의 점유율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6%p나 하락했습니다.
이런 악조건에서 수익 실현이 어려운 폴더블폰을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돈으로 330만원에 달하는 가격임에도 화웨이 메이트XS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상품입니다. 리처드 유 CEO는 지난해 4월 중국 언론을 통해 메이트XS 판매를 통해 6천만달러에서 7천만달러(665~775억원) 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가 프리미엄 시리즈인 메이트·P 시리즈 매각 검토를 위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마치 LG전자가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기에 LG 롤러블을 선보였던 것처럼 말이죠. 미국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화웨이는 메이트·P 브랜드 매각설에 "사실무근"으로 답했습니다. 중저가 라인업인 '아너'를 매각하기 전에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현실성 없는 소식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 애플이 온다…5G 따라잡듯이 시장 정복?
폴더블폰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독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메이트X2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미국의 추가 제재로 화웨이의 반도체 재고는 바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부품 공급업체들에 대해 올해 주문량을 60% 이상 줄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나올 P50 등에 들어갈 반도체까지 고려하면 메이트X2의 공급량도 넉넉하지 못합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1% 남짓인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흥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폴더블폰 신제품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해 삼성의 Z플립과 같은 클램셸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폴더블폰 관련 수많은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애플이었기에 상용화 시점이 언제일지가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애플이 2023년 애플 펜슬을 지원하는 7.3~7.6인치 폴더블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애플은 5G 스마트폰을 내놓은지 두 달만에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따라잡았습니다. 애플의 참전으로 5G 기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폴더블폰 시장도 애플의 참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상된 이미지대로라면 Z플립을 따라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텐데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 선점의 이점이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