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전직 교사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1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직 교사 A(57)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2011년 3월∼2012년 9월 학교 교실과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강제로 제자 5명의 신체 일부를 만져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A씨가 허리, 허벅지, 성기 부분 등을 손으로 치고 속옷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재판에서 기억이 나지 않고 설령 그러한 신체 접촉이 있었다 하더라도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피해자인 학생들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순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서 일관되고 상황 묘사가 구체적이다. 피고인의 행동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고 추행 중에서도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피해자들의 진술은 범행 일시와 경위에서 다소 불명확한 부분이 있지만, 오래 전 갑작스럽게 범행을 당한 입장에서 당시 정황을 모두 진술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당시 피해자들이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나이가 어렸고 피고인이 담임 교사라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에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고, 판례에서도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보인다면 강제 추행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교육자로서 임무를 망각하고 피해자들을 추행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과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는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고 소회를 밝혔다.
피해자 중 한명은 "오늘이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믿는다"며 "우리의 용기 뿐만 아니라 언론인, 다수의 시민단체와 인연을 통한 기적으로 오늘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2018년 3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용화여고 학생들의 고백을 시작으로 교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는 이른바 '스쿨미투'가 시작돼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검찰은 2018년 4월부터 수사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A씨에게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이후 지난해 2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내자 추가 보완 수사를 한 끝에 5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