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의 '함정'…유동성 의존 '경계'

입력 2021-02-18 17:21
수정 2021-02-18 17:21
<앵커>

최근 상장사들의 무상증자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통주식수 물량 증가를 통한 거래활성화와 주주가치 제고 등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무상증자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닌데다가 자칫 물량 부담에 따른 주가 희석 우려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무상증자에 나선 제약·바이오 전문기업 동구바이오제약.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에 나선다고 발표하자마자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습니다.

반도체 부품소재 전문기업 KMH와 포스코의 협력사인 동양에스텍 역시 무상증자에 나선 후 상한가로 치솟으며, 무상증자의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무상증자는 기업의 자본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자본금으로 옮겨 발행되는 신주를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방식의 증자입니다.

유통주식수 확대를 통한 거래활성화와 더불어 잉여금이 충분하고 증자 주식에 대한 추가적인 배당 압박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널로 비춰지는 만큼 통상 시장에선 긍적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풍부한 유동성도 기대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본질 가치와는 무관한 회계상의 이벤트라는 점, 그리고 자칫 물량 부담에 따른 주가 희석 우려 등은 부담인 만큼 각별한 주의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무상증자의 효과와 관련해선 과잉 유동성이 불러온 것으로, 그 영향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올해 초 무상증자를 결정한 카페24의 경우 당일 상한가로 치솟았지만, 이내 다음날 8%대의 급락세를 보였고, 현재는 무상증자 결정 전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종장기이식 전문기업 제넨바이오와 화장품 전문기업 아우딘퓨쳐스 역시 현재의 주가가 권리락 발생 당시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이효섭 /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 무상증자는 이론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상증자를 통한 유동성 증가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고, 향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장사의 주가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무상증자.

일부 종목의 경우 과열 양상도 보이는 만큼, 해당 기업의 상황과 실적 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