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끈 K-배터리 분쟁…아직 끝나지 않았다[이슈플러스]

입력 2021-02-15 17:23
수정 2021-02-15 17:23
<앵커>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한 양사 입장을 들어봤고요. 이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K-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와 계속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송 기자. 판결 이후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한데요. 간단하게 정리해 주시죠?

<기자>

네, ITC 위원회의 최종 결정 이후 60일 동안 대통령의 심의 기간이 주어집니다.

심의 기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Bond)을 내면 영업 비밀 침해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이 일시 중단됩니다.

그리고 이 기간 중에 LG와 SK의 합의가 이뤄지면 공장 가동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나 심의 기간이 지나면 소송은 최종 확정되고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양사간 합의가 없으면 그 즉시 침해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집니다.

SK이노베이션은 심의 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 항소 법원에 항소할 수도 있습니다. 항소 기간에도 마찬가지로 수입금지와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됩니다.

<앵커>

각 기업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ITC 판결로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누리게 되는 이익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요.

LG 측은 두 가지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연구개발 강화와 생산거점 투자 확대 그리고 완성차 고객사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이 두 가지 부분인데요.

이와 관련한 관계자 인터뷰 보겠습니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 :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하는 회사가 기술의 가치를 고객으로부터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자체적인 연구개발 강화와 생산거점 투자 확대 그리고 완성차 고객사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이 두 가지 축을 동시 병행적으로 가속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IPO 진행에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과 유럽,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 모두 생산 거점을 갖추고 있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생산 거점 이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 형태의 성장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이번에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한 번 보겠습니다. 이번 판결이 향후 SK의 배터리 수주에 미칠 영향이 있을까요?

만약 SK 물량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넘어간다면 앞서 정세균 총리가 우려 했던 대로 ‘남 좋은 일’되는 것은 아닌가요?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수주 가능성은 예단하기란 어렵습니다.

LG 측도 "SK가 사업을 아예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는 만큼 미래 수주를 위해서는 LG 측과의 손해배상 합의 타결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이고요.

SK이노베이션의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에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했거든요.

이후 물량에 대해서 SK와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할 지 아니면 새로운 공급업체를 선택할지는 지켜봐야할 상황입니다.

추후 배터리 물량을 어느 업체와 정하느냐는 고객사가 정할 부분이기 때문에 LG가 포드와 폭스바겐의 기존 협력사이긴 하지만 SK의 대체 공급업체로서 수주를 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고요.

결국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 경쟁사에 넘어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고요.

정 총리의 우려대로 '남 좋은 일' 시키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포드나 폭스바겐과 같은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소송으로 중간에 볼모로 잡혔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번 결과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어떤 영향 또는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두 가지로 나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위탁 생산을 하는 OEM 업체 전반에 걸친 시사점이 있을 수 있고요.

또 이번 판결에서 유예기간을 받은 포드나 폭스바겐 두 회사의 시사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OEM 업체 입장에서는 신성장 산업인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에서 지적 재산권을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있을 수 있고요.

포드나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전기차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굉장한 불확실성을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판결문 내용에 수입금지 유예기간이 명시됐습니다. 포드는 4년, 폭스바겐은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거든요.

그러면서 일정 기간을 확보한 셈이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유예 기간 결정에 대해 미국 자동차 업계나 재계의 반발은 없습니까? 2년, 4년은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들리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조지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양사 배터리 분쟁의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고요.

폭스바겐에서는 포드와 마찬가지로 유예기간을 2년이 아닌 4년으로 연장해달라고 호소한 상황입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13년 ITC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효력이 상실된 적이 있었습니다.

<앵커>

최종 판결이 나왔고 이제 양사는 합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합의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양사 그룹의 수장들이 나설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네 다양한 변수들이 아직 존재하지만 두 업체를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최대한 빨리 합의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왜냐하면 시장 선점이 중요한데 장기전으로 더 가봐야 배터리 산업에서 도태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양사가 합의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협상이 근접한 수준에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 지급 방식이나 형태 또, 현금성일지 로열티 지급일지 등을 정하기는 아직 어려운 수준으로 보여 집니다.

양사가 적정하다고 보는 합의금 괴리가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LG쪽에서는 줄곧 미국 연방 비밀보호법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 돈으로 2조원에서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요.

SK측은 수천억원 선에서 합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어서 타협점을 찾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최종 판결 나왔기 때문에 총액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눈높이가 어느 정도 맞으면 구체적인 지급안도 쉽게 타결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2012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TV 제조와 관련한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임직원이 적발되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537일 동안의 소송전이 이어지다가 정치권의 중재와 양사 사장단이 직접 나서면서 결국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었거든요.

지금 배터리 산업도 과거 디스플레이와 양상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유예기간 동안 LG와 SK그룹의 수장간 만남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관련 내용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