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입성하는 쿠팡…최대 55조원대 벨류에이션 전망

입력 2021-02-14 20:47
수정 2021-02-15 08:40
김범석 의장, 막강한 차등의결권 행사


쿠팡이 한국 증시가 아니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배경으로 거론되는 점은 차등의결권 제도다.

차등의결권은 보유한 지분율에 비해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인다. 차등의결권을 가질 경우 현재의 창업주나 경영진이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쿠팡은 이번에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주식을 A클래스(1주당 1의결권)와 B클래스(1주당 29의결권)로 나눴다. 김범석 의장이 주당 29배 의결권을 가진 B클래스 주식을 보유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막강한 의결권을 가진 '황금주식'이다.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경우 앞서 알리바바가 상장하면서 차등의결권을 적용받은 사례가 있다. 알리바바는 상장 직전 홍콩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인정 여부가 불거진 후 미국 NYSE에 상장했다.

우리나라 증시의 경우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이 원활하게 투자를 유치하도록 차등의결권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최대 10배 정도가 언급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지난 12일자로 공시된 쿠팡의 S-1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차등의결권(Dual-class)구조로 인해 A등급 보통주 가격이 낮아지거나 더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FTSE러셀과 S&P 다우존스의 경우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회사의 주식을 지수에 포함할 수 없을 수 있어 이로 인해 이들 지수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은 A클래스 보통주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밸류에이션 평가도 쿠팡이 미국 증시로 입성하는 이유 중 하나로 추정됐다.

미국 증시에서 쿠팡은 30조~55조원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도 쿠팡의 매출은 지난해 13조2천400억원으로 직전연도 7조1천500억원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2013년도 478억원의 매출에 비하면 성장곡선은 현저히 가팔랐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적자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상장했을 경우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388조원 규모다. 쿠팡의 규모가 과도하게 커 증시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주목받을 가능성도 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