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합의 적극 나서라"…SK "ITC 결과 바로 잡겠다"

입력 2021-02-11 15:59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LG에너지솔루션은 11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 자사와 합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SK이노베이션은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ITC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가 최종 결정을 발표한 이후 낸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인정됐다"며 "SK의 증거 인멸 등에 기반한 조기 패소 예비 결정이 그대로 최종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결정은 30여 년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배터리 산업에서 특허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해 국내 업체 기술력 보호와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을 향해서는 "이제라도 소송 상황을 왜곡해온 행위를 멈추고 ITC 최종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하라"며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업비밀 침해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ITC 최종 승리 결과를 토대로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단호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자사가 배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오후 별도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도 열어 "SK가 당사 손해배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분명 미래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만 미래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 외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영업비밀 침해 관련 추가 소송도 가능한데, 실제 소송을 제기할지는 전적으로 SK의 진정성 있는 자세에 달렸다는 게 LG 측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ITC가 앞서 만장일치로 자사 조기 패소에 대해 전면 재검토 결정을 한 이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소명했다"며 "그러나 ITC가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해 실체적 판단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쉽다"며 밝혔다. 영업비밀 사실이 제대로 가려진 것이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점 때문에 패소했다는 게 SK의 주장이다.

SK측은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길 기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정하는 심의 기간은 앞으로 60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검토 등 앞으로 남은 절차를 통해 ITC 결정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ITC 결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 진실을 가리겠다"고 강조했다.

SK측은 이날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점을 겨냥해 "SK 배터리는 지난 10년 이상 안정성 문제가 일어난 적이 없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배터리'"라면서 "이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강조하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 6천여 개 창출하는 경제 효과가 있다"며 "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그 피해가 단순히 SK에 국한되지 않고 조지아 전체, 나아가 미국 경제·사회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음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부품 수입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둔 데 대해 "해당 기간 미국 공장 설립과 운영이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며 "이들 고객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배상금 합의와 관련해선 "합리적인 조건이라면 언제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