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경기본부가 현재 분당 오리 사옥을 팔고 공공택지인 '성남 서현지구'로 옮겨가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현지구 내 자족용지에 들어간다는 구상인데, 해당 지역 토지주의 반발이 적지 않아 이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들은 "토지보상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옥 이전부터 계획하는 건, LH의 땅장사 속셈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 오리사옥, 10년째 매각 유찰
현재 LH 경기본부가 있는 분당 오리사옥은 10년 넘게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리역과 인접한 오리 사옥은 부지 3만 7,998㎡, 연 면적 7만 2,011㎡ 규모로, 지하 2층~지상 8층 본관과 지하 2층~지상 4층의 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매각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각 예정액은 약 4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커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 해당 부지는 특수용도지역으로 업무·문화·산업 시설만 들어설 수 있어 구매를 원하는 손길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 LH 사옥 '공공주택지구' 성남 서현지구로?
현재 LH는 성남 서현지구로 이전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신도시 북동쪽에 위치한 서현지구는 총 면적 24만 7,631㎡ 규모다.
LH는 경기사옥이 들어설 부지로 서현지구 서쪽의 자족시설 용지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서현지구에 마련될 자족시설 용지는 약 2만㎡ 규모로, 전체 면적의 약 8%다.
LH 관계자는 "서현지구로 이전하는 안을 두고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됐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토지주는 반발…"제대로 된 보상이 먼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원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헐값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보상 주체인 LH가 사옥 이전부터 언급하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LH는 서현지구를 비롯한 공공주택지구(3기 신도시 등)의 원주민과의 토지보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공주택지구는 수십년간 그린벨트으로 묶여있어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크게 낮기 때문이다. 개발 소식에 이미 인근지역 땅값은 크게 오른 상태다.
일례로 서현지구(그린벨트)의 경우 토지보상가격이 3.3㎡당 200만~7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길 건너편 비(非) 그린벨트 지역 땅값은 3.3㎡당 3천만원을 호가한다.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헐값 보상'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LH 사옥이 들어설 서현지구의 자족용지(2만㎡)를 LH가 3.3㎡당 700만원에 사들일 경우 약 400억원의 토지보상금이 발생한다. 오리사옥 매각 예상 금액이 약 4천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한다면, 사옥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3천억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 왜 하필 가장 '알짜' 땅에…'저밀개발'도 논란
이와 함께 토지주들은 LH의 부지 선정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현지구 자족용지는 도심과 인접해있고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지역 내 알짜배기 땅으로 꼽힌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의장은 "원주민이 헐값에 쫓겨날 상황에서 가장 우수한 입지에 공공기관이 들어온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사옥 이전보다는 원주민 이주대책을 수립하는게 먼저"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서현지구는 '저밀개발'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2019년 국토부는 성남 서현지구에 3천세대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LH가 수립한 토지이용계획(안)에 따르면 서현지구에는 공동주택 1,948세대만 들어설 예정이다(민간분양 840세대).
기존 공급 구상에서 3분의 1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반분양분이 줄어들어 원주민에 대한 토지보상금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는 8·4 대책에서의 '신도시 용적률 상향' 정책과도 배치되는 지점이다. 서현지구가 기존 정부계획보다 저밀개발되는 이유는 난개발과 교통체증을 우려한 성남시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