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버즈 프로' 20일 써보니…역대급 음질에 착용은 불편 [홍IT인간]

입력 2021-02-05 17:07
수정 2021-02-05 17:10
버즈 시리즈 4번째 제품
성능 위해 희생한 착용감
에어팟 프로 견줘도 손색없다?
플러스·라이브 있어도 살만할까
※ 직접 구매한 제품을 리뷰에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벌써 네 번째 제품입니다. 삼성전자는 2년 전 이맘때 새로운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버즈)'를 공개했었습니다. 2016년 애플의 에어팟보다 몇 달 앞서 아이콘X를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죠. 갤럭시S10 출시에 맞춰 적극적인 물량 공세로 버즈 시리즈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픈형인 에어팟과 다르게 귀 전체를 막는 커널형인 버즈는 음질 면에서 소비자들과 일부 평가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동시에 통화품질과 착용감 등 단점도 많이 드러났죠. 막강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으로 무장한 에어팟 프로가 출시되면서 버즈의 성능은 더 초라해졌습니다.(가격차이가 크지만) 삼성전자는 후속작인 갤럭시 버즈 플러스(플러스)와 ANC 기능을 넣은 갤럭시 버즈 라이브(라이브)를 연이어 내놓았습니다. 아쉽다고 평가받던 통화품질이 개선되는 등 만족감 높은 제품을 만들려는 의지를 계속 보여준 겁니다. 갤럭시 버즈 프로(버즈 프로)는 커널형에 ANC를 넣어 에어팟 프로와 제대로 성능을 견줄 수 있는 제품입니다.

● 귓구멍 넓어진다? '버즈 프로' 착용감은

개인적으로 버즈 프로가 귀에 딱 들어맞진 않았습니다. 귀 크기와 모양이 천차만별인 탓에 착용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어버드는 사람 귀 모양을 본떠 귓속으로 들어가는 이어팁은 얇고 제품 바깥쪽으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형태입니다. 다른 무선 이어폰들과 다른 점이라면 제품 중간 부분이 더 뚱뚱하다는 것이죠. 버즈 프로의 두께는 20.8mm로 플러스(19.2mm)나 라이브(14.9mm) 보다 두껍습니다.



이런 특성으로 귀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이 도드라집니다. 제품을 착용하는 순간 어색한 것과 더불어 손가락으로 힘 있게 눌러야 제품이 귀에 제대로 들어갑니다. 이렇더라도 완전히 밀봉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플러스 모델은 귓속으로 들어가는 이어팁 외에 귓바퀴 부분에 별도의 실리콘 팁을 제공했습니다. 버즈 프로는 안쪽 이어팁만 제공해 상대적으로 착용감을 개선할 여지가 적습니다.

강낭콩을 닮은 새로운 디자인 탓에 어떻게 낄지 고민케 했던 라이브 모델과 비교하면 프로는 착용 방법에서 혼란은 없습니다. 귀에 맞게 착용했을 때 라이브와 플러스가 귀에 좀 더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라면 버즈 프로는 손으로 지속적으로 눌러줘야 안정감이 듭니다. 제품을 착용한 상태로 달렸을 때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입니다. 제품을 귀 안쪽으로 계속 누르다 보니 중간 두터운 부분이 귀에 압박을 줘 장시간 착용하면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개인적으로 제품에 대한 이질감은 일주일 이상 착용했을 때 줄어들었는데요. 그사이 왠지 귓구멍이 조금 넓어졌다는 인상입니다.



● 역대급 음질…드디어 에어팟 프로 넘보나

안정적인 착용을 전제로 음질은 지금까지 나온 갤럭시 버즈 시리즈 가운데 단연 압도적입니다. 버즈 프로는 11mm 우퍼와 6.5mm 트위터를 적용한 2-way 스피커를 탑재했습니다. 12mm 스피커에 베이스 덕트로 무장한 라이브 모델과 마찬가지로 중저음에 강점이 있는 한편 커널형의 이점을 살려 공간감까지 더했습니다. 고음역대도 무리 없이 소화해 음질의 균형도 살렸습니다.

6mm 우퍼와 6mm 트위터를 탑재했던 플러스 모델과 비교했을 땐 확실하게 개선됐습니다. 플러스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고음역대에서 음이 깨지는 등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라이브 모델은 베이스에서 강점이 있지만 오픈형인 탓에 공간감이 부족했죠. 버즈 프로의 음질은 전작들의 단점을 모두 개선했다는 인상입니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와 비교했을 때 음질에서 밀리지 않습니다.(에어팟 프로 출시: 2019년10월) 음질의 균형에 초점을 둔 애플의 에어팟 프로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음을 들려줘 듣기 편한 음악을 들려준다면 버즈 프로는 다소 거칠지만 인상적인 소리를 재생합니다. 음악 감상에서 있어 강한 비트와 중저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선호할 제품입니다.

통화품질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각각 이어버드는 총 3개의 마이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바람 소리를 막는 ‘윈드실드’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플러스와 라이브 프로 모델 3종의 통화품질을 녹음해 비교해본 결과, 상대방에게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는 오픈형인 라이브가 가장 또렷했습니다. 플러스 모델부터 통화품질에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었는데요. 최신 모델이라는 점에서 프로의 통화품질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 너무 잘 인식해서 문제?…대화감지 쓸만할까

버즈 시리즈에서는 라이브 모델부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이 적용됐습니다. ANC 특성상 귀를 단단히 밀봉해야 효과가 커 오픈형인 라이브 모델에서 성능은 좋지 않았습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커널형 버즈 프로는 라이브 보다 성능이 나았습니다. ANC를 켜고 음악을 재생하면 주변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서 자동차가 지나가거나 크게 소리를 질러야 돌아볼 정도입니다.

물론 에어팟 프로를 비롯해 10~20만원 더 비싼 소니, 보스의 제품들에 비해 효과적이진 못합니다. 갤럭시 웨어러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ANC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추가됐는데요. ‘강하게’ 또는 ‘약하게’를 선택해도 딱히 차이가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탑재된 '대화감지' 모드는 사용자가 말을 하면 알아서 음악을 끄고 주변음을 들려주는 기능입니다. 소니의 WH-1000XM4 헤드폰에도 들어갔던 기능인데, 편의점에서 주문을 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시킬 때 이어버드를 빼지 않아도 돼 유용한 기능으로 꼽혔죠. 하지만 실생활에선 거의 끄고 사용합니다. 인식률이 높아 한숨이나 혼잣말도(?) 인식을 잘 합니다. 음악감상에 방해되는 경우가 많았죠. 대화가 필요할 때는 유용한 기능이 맞습니다. 상황에 따라 구분해서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360 오디오’는 에어팟 프로 또는 에어팟 맥스의 공간음향처럼 동영상을 시청할 때 소리를 앞, 옆, 뒤 쪽에 들려줍니다. 애플의 공간음향이 지원되는 영상이 적다는 제약이 있는 반면 버즈 프로의 360 오디오는 대부분 유튜브 영상에도 적용됩니다. 머리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구분돼 나오는 헤드 트래킹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상 재생시 동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 한 소리를 들려주고, 소리가 머리 움직임을 늦게 따라가는 지연도 있어 실생활에선 마찬가지로 끄고 사용했습니다. 아직까진 ‘원UI 3.1’이 적용돼 있는 갤럭시S21 시리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 SSC 코덱은 ‘원UI 3.1’에서 진정한 효과

삼성전자는 버즈 프로를 내놓으면서 자사의 SSC(Samsung scalable codec)도 발전시켰습니다. SSC는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코덱으로 와이파이 간섭 등에서 안정적인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는 삼성의 독점 코덱입니다. AAC(Advanced Audio Coding)에 비해 연결성은 좋지만 음질이 손실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탓에 SSC 보다 AAC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했습니다.

직접 비교해서 들어보니 갤럭시S21 시리즈에만 적용돼 있는 원UI 3.1에선 SSC 코덱이 전체적으로 균형 있는 음악을 전달해줬습니다. AAC 코덱을 사용하면 가수의 목소리를 더 또렷하게 들려주지만 음질은 부드럽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연결성과 편안한 음질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SSC가 더 강점이 있어 보입니다. 대신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된 갤럭시Z 폴드2 등 원UI 3.0에서는 AAC가 더 선명한 음악을 들려줬습니다.



버즈 프로는 적어도 음질 면에선 전체적으로 개선이 이뤄진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입니다. 수심 15cm~1m에서 30분간 방수를 지원하는 IPX7 등급이 탑재된다는 것도 장점이어서 실생활 활용도도 높습니다. 다만 착용감은 삼성전자가 다음 제품을 출시함에 있어 더 다듬어야 할 포인트로 판단됩니다. 적응이 되어도 오래 착용한 뒤 제품을 빼면 귀가 꽤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