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올려도 흡연인구 안 줄어…결국 증세 목적”

입력 2021-02-04 17:33
수정 2021-02-04 17:34
"담뱃값 인상은 증세 목적"
<앵커>

최근 정부가 담뱃값을 OECD 평균 수준인 8천 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삶이 가뜩이나 어려워진 상황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담뱃값을 올린다고 흡연율이 과연 줄어들까요?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과 비교한 담뱃값(말보로 기준)은 0.0126%입니다.

한 해 버는 돈을 모두 담배 사는데 쓴다면 7,949갑을 살 수 있는 수준으로 OECD가 흡연율을 집계하는 31개 국가 가운데 다섯 번째로 싼 편입니다.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이 낮아진다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프랑스, 독일 등 8개 국가는 담뱃값이 비싼데도 흡연율이 높고(15세 이상 남녀), 미국과 룩셈부르크는 담뱃값이 싼데도 흡연율이 낮습니다.

우리 정부는 과거에도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담뱃값을 올린 적이 있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94년 이후 담뱃값을 7차례나 올렸습니다. 특히 2015년에는 성인 남성 흡연율을 25%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한꺼번에 2천 원이나 올렸지만 흡연율은 아직도 30% 수준입니다.

실제로 담뱃값을 올리면 일시적으로 담배 판매량이 줄긴 했지만 이것도 작심삼일, 이듬해 다시 오르는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담배는 가격이 오른 만큼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인데 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같은 고소득 국가에선 담뱃값을 올려도 흡연율이 더 적게 떨어집니다.

국내 흡연자들이 꼽은 금연시도 이유로도 담뱃값 인상부담은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광재 / 인천광역시

“8천 원으로 올리면 상당히 거부감이 많이 일어날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사회가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고. 서민들이 소주나 담배나 많이 하는데.”

<인터뷰> 이지웅 / 서울시 양천구

“원래도 세금 많이 떼는 담뱃값인데 8천 원으로 올리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현재 4,500원인 담배 한 갑에 붙은 세금은 3,320원(73.8%) 가량.

지난해 담배 관련 세금으로 12조 원이 걷혔는데 앞으로 10년간 흡연율이 현 추세대로(10% 감소) 줄어든다 해도 담뱃값이 8천 원이면 관련 세수는 19조 원에 이릅니다.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의 2배인 만큼 이 세금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됩니다.

<인터뷰> 홍우형 /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누가 가장 세금을 많이 내냐 하면 서민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담배세를 올린다고 하면 천천히 조금씩 올리는 게 맞고요. 물가에 따라서 몇%씩 해야 사재기 같은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요.”

전문가들은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시 460개 가까운 품목중 14번째로 가중치가 높을 정도로 체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격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