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무상 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던 애플코리아(애플)가 1천억원 규모 자진시정안을 내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아이폰 수리비 2만∼3만원 할인,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등 지원안을 담은 애플의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애플은 먼저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상 수리비용(평균 30만원)을 10% 할인한다. 애플 공인서비스센터뿐 아니라 이통사가 운영하는 AS센터에서도 할인받을 수 있다.
보증 기간 수리비를 지원해주는 보험상품 '애플케어 플러스' 가격(평균 20만원)도 10% 할인한다. 이미 해당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금액의 10%를 돌려준다.
소비자가 아이폰 유상 수리비와 애플케어 플러스 비용에서 2만∼3만원의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애플은 여기에 250억원을 투입하는데, 이 돈이 소진되려면 1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또 40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R&D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한다. 이 센터에서는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정 관련 최신 장비를 써볼 수 있게 하고 애플 측 인력이 교육·협업을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약 200명의 학생에게 9개월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디벨로퍼(developer) 아카데미 운영에는 250억원을 낸다.
애플은 R&D 지원센터와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3년의 자진시정안 이행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이행점검 관련해 설문조사 등을 포함한 성과지표를 도입하고, 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혁신학교와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초·중등학교 및 학생들에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도서관 등 공공시설에 디지털 콘텐츠 교육을 지원하는 데 100억을 들인다. 공교육 분야 디지털 교육 지원사업에서 제공된 기기가 파손될 경우에도 2년간 무상 수리한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이통사 광고 기금 등에 대한 시정안도 나왔다.
이통사가 광고 기금을 내야 하는 제품 중 일부를 제외했고 이통사가 부담하는 광고 기금을 정하는 객관적인 기준과 협상 절차를 마련한다.
다만 이통사의 애플 제품 광고비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통사가 부담하던 보증수리 촉진비는 사라지고 애플의 일방적 계약 해지권 조항은 삭제됐다.
이통사들이 부담하던 '최소 보조금'도 이통사들이 요금을 얼마나 할인해주는지 등을 고려해 하향 조정한다. 보조금을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 서로 협의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이통사가 최소 보조금 조항을 집행하지 않았을 때 적립하는 사업발전기금 조항은 삭제했다.
또 현행 특허권 라이선스 조항 대신 계약기간 동안 특허 분쟁을 방지하면서 이통사와 애플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을 찾기로 했다.
애플은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은 이후부터 3년간 자진시정안을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애플이 상생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이행감시인으로 회계법인을 정하고, 관련 비용은 애플이 부담하게 할 계획이다.
또 상반기, 하반기에 이행 상황을 보고받고 관계기관과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해당 기관에 보고 내용을 공유하기로 했다.
애플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의의결안을 지키지 않을 때는 하루에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동의의결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이 경우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 심의가 다시 시작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방안이 국내 ICT 생태계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애플이 약속한 시정방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꼼꼼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동의의결 최종 승인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 기존 투자를 확대하고 가속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를 통해 국내 공급 및 제조업체, 중소기업과 창업자 및 교육 부문에 더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R&D 지원센터 및 개발자 아카데미에 대한 계획 수립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의 공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