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를 위해서 정부가 '행정편의주의'를 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개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은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만 교수는 "식당은 허용하고 카페는 허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거리두기 방안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도서관 또한 마스크를 끼고 조용히 책을 보는데 왜 닫아야 하는지, 굉장히 행정편의주의적이다"고 말했다.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도 같은 주장을 내놨다.
김윤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하고 있는 식당, 카페, 노래방, 실내체육시설들은 전체 집단감염 건수 대비해서 2% 내외만 차지한다"며 "오히려 규제를 하지 않고 있는 병원, 요양시설, 교회 등에서의 집단감염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식당이나 카페를 보면, 10만개 중에 3곳에서만 집단감염이 생겼는데, 확진자수가 많다는 이유로 나머지 9만 9,997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게 과연 과학적인 접근 방식일까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으로 경제적 타격이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정부의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권순만 교수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영업을 제한했으면 당연히 보상을 해야 한다"며 "이것은 지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보상의 문제이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면 법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윤 교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영업자 보상을 두고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얘기를 했지만, 정부의 명령에 의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의 호주머니는 화수분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각종 거리두기의 명칭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통일하고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 등에 따라 3단계로 구분했다.
이후 11월, 사회적 거리두기는 5단계로 세분화됐고, 2일 현재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권순만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대해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에 매몰돼 있어 안타깝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큰 정책을 국민의 심리적인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으로, 단계 그 자체보다는 구체적인 구성 요소가 더 중요하다"며 "왜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의료 시스템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지출한 피해는 40~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그것의 10분의 1, 100분의 1이라도 의료 체계 개선에 투자했다면 지금과 같은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치료 병상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지난해 9월 12일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로 하향 가능했고 소상공인의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며 "1.5단계에서 2단계로 오르면서 200만개 업소가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주에 개최되는 2차 토론회는 서민경제의 문제가 되고 있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며 자영업·소상공인 등 관계자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또한 방역당국은 관계 부처와 함께 집합금지·제한 업종의 협회, 단체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현장의 의견도 별도 청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