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 대통령은 1일 야당을 향해 "구시대의 유물같은 정치"라고 묵직하게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며 '이적행위'라고까지 표현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의혹 제기'가 '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공세를 여러차례 경험했지만 이번 만큼은 두고보지 않겠다는 '강력대응' 모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민생 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는 '색깔론', '북풍공작'으로 읽힌다.
앞서 월성1호기 원전과 관련해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원전 관련 자료 삭제 목록에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 등이 발견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29일 이 삭제 자료를 언급하며 "정권이 국내 원전을 불법으로 폐쇄하고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는 이중적 행태로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자 즉각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며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선 넘은 정치공세, 색깔론이고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 없는 선동"이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청와대 참모진들에 이어 대통령까지 강경모드로 나선 것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명백한 의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북한 퍼주기'라는 프레임을 부각하는 '북풍공작'의 의도를 깔고 있다는 판단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산업부는 전날(31일)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논란'과 관련해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자료로 확인됐다"며 추가 검토 없이 종결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당 보고서가 서문에 '내부 검토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청와대의 공식 반박과 산업부의 해명에도 야당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촉구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에 넘긴 USB 내용을 모두 공개하자"고 요구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을 막기 위해 북한에 건넨 USB 문서를 공개하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