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KGB에 포섭된 첩보자산"…美서 책 출간

입력 2021-01-30 21:45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구소련 첩보국인 KGB로부터 1980년대에 포섭돼 일종의 '첩보 자산'으로 40년간 활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의 언론인 겸 작가인 크레이그 웅거는 최근에 펴낸 저서 '아메리칸 콤프로마트'(American Kompromat)에서 KGB가 트럼프를 오랜 기간 배후조종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낮은 지적 능력과 매우 강한 허영심, 미국에서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는 점에 주목한 KGB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소련과 이후 러시아에 유리하게끔 활용해왔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유리 슈베츠 전 요원은 책에서 소련 타스통신의 특파원 신분으로 위장해 활동하며 트럼프 포섭에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그를 인터뷰해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트럼프가 KGB의 망에 처음 포착된 것은 1977년 일이다.

당시 트럼프는 체코 출신 모델인 이바나 젤니코바(이바나 트럼프)과 첫 결혼을 했는데, 이때 체코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들어왔다. 당시 동유럽을 사실상 지배했던 소련의 KGB는 이때 트럼프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고서 본격적으로 포섭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KGB에서 일종의 '스카우터' 역할을 하던 요원이 투입돼 트럼프 측과 사업 거래를 트면서 친분을 쌓기 시작했고, 트럼프 부부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1980년대 말에 잇따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다.

슈베츠는 "트럼프에 관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 KGB는 그가 지적·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아첨에 약하다는 것을 노렸다"면서 KGB는 언젠가 트럼프 같은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돼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웅거는 KGB는 트럼프가 처음부터 미국의 대통령이 되리라고 본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여러 면에서 KGB의 완벽한 '표적'이었다면서 그가 정말 대통령이 될 줄은 KGB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주장들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존 시퍼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29일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웅거의 두 취재원인 슈베츠와 올레그 칼루진이 KGB의 유능한 요원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들은 80년대 말에 러시아를 떠났고 트럼프의 러시아 접촉선과 직접 알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비밀을 폭로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아내야 할 사실이 아직 많다는 것을 일깨운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