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경제] 조정장, '게임스톱' 때문 아니다?…"유동성에서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단계"

입력 2021-01-29 17:54
수정 2021-02-01 10:31


● 출연 :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 진행 : 이종우 앵커 (前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한국경제TV <주식경제> 월~금 (10:50~11:40)

Q. 美 증시 흐름과 주목해야 할 포인트?

= 시장의 성격이 바뀔 때 시장이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 작년 3월에 주가가 저점을 찍고 올라오는 건 금융장세였다고 생각한다. 일본인 우라가미 구니오는 주가가 금융장세와 실적장세, 두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초기에는 기업실적은 안 좋지만 유동성으로 올라가고, 그것이 지나면 유동성은 지나가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며 올라간다. 지금은 금융장세가 끝나가는 단계다. 중앙은행이 더 이상 완화 정책을 쓰지 않는다. 미국 정부에서도 대규모 부양책 얘기가 있었지만 상원에서 3월 중순까지는 부양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고 자산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제부터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기업실적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유동성 공급을 끊어버리는 단계다. 주식시장은 변화율이 중요하다. 우라가미는 금융장세가 끝나고 실적장세로 넘어갈 때까지 조정 국면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 전형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것 같다.

Q. 美 증시 공매도세력과 일반투자자 충돌은 하락 전조인가?

= 게임스톱과 같은 일을 그동안 많이 봐왔다. 우리나라도 셀트리온 공매도가 있었지만 그걸 뚫고 주가가 올라갔다. 미국 투자의 경우 헤지펀드들의 글을 보면, 공매도를 했다가 개인들 매수세에 몇 달씩 잠도 못자고 결국 손절매 하는 일이 많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공매도는 함부로 하는 것 아니라고 한다. 게임스톱은 주가 상승이 크기도 했고 법적으로도 위법 소지가 크다. SNS를 통해 주가를 공모하는 것이다. 형사법에 저촉될 위험성이 굉장히 높다. SNS 세상에서 개인들의 집중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하지만 공매도 일은 늘 있어왔다. 이게 갑작스러운 변화이거나 심각하게 생각해야하는 일은 아니다. 시장이 조정의 빌미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파란 물결이면 거대한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원에서 안 하겠다고 하니, 사람들이 시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빌미를 찾은 것이다. 지금의 주가 조정은 그동안 기대하던 부양책이 늦어지고 경제가 좋아지기 위해 걸리는 시간 간극 때문이지 게임스톱 때문은 아니라 본다.

Q. 애플 호실적에도 주가 하락...기술주 전망은?

= 미국 기업 실적이 서프라이즈라고 한다. 그건 실적 발표 1주일을 앞두고 이익 전망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발표되는 이익을 보면 2019년 레벨까지 못 올라간다. 팩트셋에서 집계한 걸 보면 4분기 이익이 3분기보다 못한 상태이다. 1분기까지 이 상태가 계속 될 것으로 본다. 2분기쯤 되어야 작년 3분기 이익을 넘어서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건 백신 보급으로 봄에 집단 면역이 생긴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하다. 빠르면 2분기부터 실적장세가 발생할 수 있고 늦으면 3분기나 4분기로 늦춰질 수 있다. 몇몇 기업의 경우는 실적이 잘나온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Q. 코스피 3000선 지켜질 수 있을까?

= 상승장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3개 분기의 금융장세를 봐왔지만, 금융장세가 끝나면 본격적인 조정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고점에서 10~15% 정도의 하락은 강세장에서 늘 있는 일이다. 3200포인트까지 갔으니 10%만 하락해도 2800이다. 3000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아직 상승 흐름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Q. 美 국채금리 추이와 전망은?

= 지난 2주 동안 달러 약세가 더 이상 안 나타나고 구리나 곡물 가격이 횡보했다. 그 때부터 전에 계속 올라갔던 금리가 횡보를 했다. 시장 전반이 조정을 받는다고 간주되면서 올라가던 장기 금리가 멈춘 상태이다. 다시 내려가는 움직임은 아니다. 왜냐하면 경기 둔화가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니고 우리의 생각보다 바이러스가 훨씬 안 잡히다보니까 예상했던 경기 회복 시간이 늦춰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금리도 마찬가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으로 들어갔다.

Q. 금융장세는 끝났지만 아직 실적 장세는 오지 않은 단계인지?

=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미래를 앞당겨 주가가 올라간 것이다. 이 국면을 금융 장세라 한다. 기업 실적은 아직 나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사람들의 기대치가 같이 올라간다. 최근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미 연준이 유동성을 풀거라는 생각이 있다. 미 연준을 잘못본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 연준을 집중적으로 보았지만 실물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돈을 푸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가 바뀔 때까지 푼다. 실제로 연준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푼다고 해서 실물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 높아진 기대가 실물 경제를 좋아지게 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이 일반적인 통화 정책의 전달 경로이다. 사람들의 기대가 급락을 하지 않는 이상 중앙은행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장세가 끝났다는 것이다. 최근 파월 연준의장이 경기에 대한 판단을 바꿔버렸다. 경제가 생각보다 좋아질 것 같다고 했으나 파장이 커질 것 같으니까 이번에 '다시 둔화하는 게 아닌가'라는 식으로 살짝 바꿨다. 미국 정부가 2조 달러를 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상원에서 정지해버렸다. 추가적인 부양책이 안 나오겠다는 생각이 돌면서 달러의 약세가 멈췄다. 그동안 중앙은행이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돈을 풀 것이라는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구리나 곡물 가격이 올랐다. 이게 달러 약세가 멈추면서 같이 멈췄다. 달러화 약세와 상품 가격, 가상화폐 상승이 멈춘 것은 모두 연준과 정부의 정책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식 시장도 똑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Q. 실적장세, 언제쯤 올까?

= 미국 애널리스트들의 S&P500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을 보면 실적장세는 최소한 1분기까지 없다고 한다. 2분기쯤 되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얼마나 백신이 빨리 보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생각보다 백신 보급이 느리다. 백신 보급이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과감한 정책도 필요하다. 백신 접종을 받은 분들의 데이터를 보면 굉장히 낙관적이다. 백신 보급이 속도를 내게 되면 봄에 상당한 효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는데 그렇게 되면 2분기부터 실적 장세가 본격화되지 않겠냐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물론 변이와 같은 돌발 변수는 여전히 있다. 백신 보급 속도가 늦어지면 3분기까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Q. 원.달러 환율 추이와 전망?

= 일단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외환 시장에서 달러 숏 포지션을 쌓고 있다가 균형 포지션으로 바꿀 때 급격한 달러 매수가 나타나고 환율이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포지션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환율은 다시 오르락 내리락할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미국이 금리 인상을 빠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달러 약세가 끝나고 강세로 올라갈 것이다. 3월에 미 상원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양책을 통과시킬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더 끌 것인지 봐야 한다. 부양책이 자산 버블만 조장하고 게임스톱과 같은 불법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보면 소규모만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은 미국이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달러가 강세로 갈 것이다. 반면 3월 중순에 대규모 부양책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서면 미국 경제가 상당히 안 좋다고 판단을 내릴 것이고 달러 약세가 재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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