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부끄럽다" 발언…LG-SK 배터리 소송전 합의 촉구

입력 2021-01-28 17:00
정세균 "양사 싸움은 남 좋은 일만 시켜"
LG·SK 일제히 "합의 위해 노력 중"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기업인 출신 총리로서 LG와 SK가 해외에서 벌이는 배터리 소송에 대해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소송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이어 "미국 정치권도 나서 제발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며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자신이 양사 최고 책임자들과도 직접 소송전에 대해 논의해 봤다면서 "낯 부끄럽지 않은가.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야겠는가. 빨리 해결하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앞으로 크게 열릴텐데 양사가 자기들끼리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9년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 양사는 국내외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특허를 두고 여러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합의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정 총리가 처음이다.

특히 양사 분쟁의 가장 핵심인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결과가 나오는 시점인 다음달 10일을 코 앞에 두고, 국무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나와 양사의 막판 합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그간 "합의를 위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합의·배상금 규모나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며 번번이 합의에 실패했다. 또한 양사의 수위 높은 공방전도 계속됐다.

이날 정 총리의 발언이 전해진 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일제히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쟁사가 진정성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언제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모든 소송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왔음에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정 총리의 이날 우려 표명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지 대표는 이어 "이런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히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K배터리가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