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운전기사 폭행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의혹을 일부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차관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이동언 부장검사)는 최근 택시 운전기사 A씨로부터 담당 경찰관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택시 기사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해당 영상을 복원하고 택시의 위치정보시스템(GPS) 자료 등도 확보해 사건 당일의 상황 구성에 주력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형사인 B 경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덮었다는 의혹을 경찰 스스로 인정하면서 경찰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조만간 B 경사를 불러 해당 영상의 존재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는지, 내사 종결 과정에 이 차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은 24일 '택시 운전기사 폭행' 논란과 관련해 거듭 사과했다.
이 차관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비록 공직에 임명되기 전의 사건이기는 하지만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고 경찰의 1차 조사와 검찰 재조사를 받는 등 고통을 겪고 계시는 택시 기사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차관 측은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검찰에 제출된 것과 관련해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어떤 경위에서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택시 기사에게 해당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에는 "택시 기사분의 진술 내용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기사분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다"며 특별한 언급을 피했다.
이 차관 측은 지난해 사건 발생 이후 서초경찰서 수사관과의 통화 내역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실제로 이 차관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11월 7일 서초경찰서 수사관의 전화를 받고 이틀 뒤인 9일 오전 10시로 조사 일정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9시께 다른 일정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담당 수사관에게 연락해 조사 일정 변경을 요청했으나 이후 추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이 차관 측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