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에서 최근 5일 사이 32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하루 6.4명꼴로, 지역사회 유행으로 홍역을 치렀던 지난달에 근접했다. 이 중 23명이 감염에 취약한 이동목욕차와 요약보호사를 매개로 한 n차 감염이다. 여기에 방역수칙을 비웃는 음성적 모임이 더해져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자칫 12월의 악몽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걱정에 지역사회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 현재, 지역 내 1월 신규확진자는 55명이다. 연말연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을 계기로 진정되나 했는데, 지난 20일 거제 188번 확진자 발생 이후, 무려 32명(거제 165~219번)의 추가 확진자가 쏟아졌다. 특히 21일과 22일엔 이틀 연속 두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188번은 지난 18일 부산 소재 병원 입원 후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났고, 20일 양성으로 확인됐다. 아직 구체적인 감염경로는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188번이 가정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188번과 접촉한 요양보호사 2명(거제 192~193번)이 하루 뒤 확진됐고, 이들로부터 이동목욕차를 지원받은 70~80대 고령자들이 잇따라 감염됐다. 밀접접촉이 불가피한 서비스인 탓에 감염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이 확진자와 화투(고스톱)를 친 지인과 가족도 줄줄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화투는 대부분 ‘3밀(밀집·밀폐·밀접)’ 조건이 갖춰진 환경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감염에 취약하다. 거제시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와 사행성 여부를 규명해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지금도 자신들만의 약속된 장소에서 은밀하게 소규모 형태로 이러한 행위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면서 “사법당국과 공조해 ‘5인 이상 모임’에 대한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내 한 초등학교는 교내 전파를 막기 위해 학생 등교 시기를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2월 23일 지역 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거제는 11월까지 누적 47명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달 4일 대형 조선소 노동자 1명이 확진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바이러스는 조선소를 중심으로 주점, 목욕탕, 스크린골프, 동물병원, 헬스장 등 일상 공간으로 번졌고 한 달 사이 무려 117명이 확진됐다. 이 과정에 지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조선소가 3일씩 ‘셧다운’ 되는 최악의 상황도 맞았다. 첫 사망자도 나왔다. 목욕탕 관련으로 감염돼 입원 치료 중이던 거제 137번(70대 남성)이 지난달 25일 끝내 숨졌다.
거제시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경남 18개 시군 중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발령했고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한 뒤 지난 5일 2단계로 완화했다. 강화된 방역 지침 덕분에 확산세는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지난 12~16일엔 5일 연속으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