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폐 끼쳐"…일본 30대 여성, 코로나 감염 처지 비관 자살

입력 2021-01-22 19:07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뒤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30대 주부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의 한 맨션(아파트)에서 지난 15일 코로나19 확진자인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 정황을 근거로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남편과의 사이에 딸을 둔 이 여성은 직장 동료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남편으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남편이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뒤의 PCR 검사에서 딸과 함께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무증상이어서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이 여성은 남편에게 "내가 딸에게 옮긴 것 같다"고 괴로운 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서는 "나로 인해 주위에 폐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고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22일 취재진에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감염된 분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도 필요함을 강하게 느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대책을 제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후생노동성이 이날 발표한 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한 작년 한해 동안 일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만919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3.7%(750명) 늘었다.

일본의 연간 자살자 수가 전년과 비교해 증가한 것은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작년 1월 15일 첫 감염자가 확인된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자는 전날(21일) 기준으로 4천886명이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일본에서 코로나19보다 자살로 숨진 사람이 훨씬 많았던 셈이다.

일본 언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상황의 악화와 가정환경의 변화가 지난해 자살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