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 및 서비스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유출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본격적인 집단소송 절차를 시작했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이루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건' 집단소송에 400여명이 참여할 전망이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의 소송 모집 페이지에서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375명이 신청을 마쳤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태림 측은 전날 소송 접수를 마감했는데, 아직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가 있다는 문의가 이어져 24일 자정까지 연장해서 접수하기로 했다.
적어도 400명 안팎, 많으면 500명 이상이 소송에 참여할 전망이다.
태림 측은 "24일에 마감하고, 추가 모집 여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현재로서는 2차 모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전날 서울동부지법에 스캐터랩을 상대로 한 증거 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스캐터랩이 이용자들 카카오톡 대화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를 이번 사건의 증거로 보전해야 한다며 법원에 판단을 구했다.
스캐터랩은 연애 분석 앱 '연애의 과학'과 '텍스트앳'으로 이용자들 카톡 대화를 수집해 AI 챗봇 '이루다' 등을 제작했다.
카톡 대화를 약 100억건 수집한 다음, 이 중 1억건을 추려서 이루다의 DB로 삼았다.
피해자 측은 100억건의 원본 카톡 DB와 1억건의 이루다 DB를 모두 증거로 보전해야 한다고 신청했다.
스캐터랩은 현재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데, 조사가 끝나면 딥러닝 모델과 1억건의 이루다 DB를 파기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피해자 측이 서둘러 증거 보전 신청을 낸 것은 스캐터랩이 이루다 DB를 훼손·파기할 경우 이후 피해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거 보전 신청은 보통은 일주일 정도 안에 법원이 결정을 내린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비슷한 전례가 드문 만큼 판사가 심문 기일을 열어서 스캐터랩 입장을 들어보는 등의 절차를 가질 수도 있다.
피해자 측은 우선 법원을 통해 증거를 최대한 보전하고,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태림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스캐터랩은 이용자들로부터 약 160억건의 카톡 대화를 수집했고, 카톡 대화를 자산으로 홍보해 64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수령했다고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태림은 "스캐터랩은 수집한 카톡 대화를 인공지능 학습에 쓴다는 구체적 설명을 하거나 고지하지 않았고, 민감정보 및 개인정보 노출 문제도 발생했다"며 "이용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공동소송인단 하정림 변호사는 "수집된 정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다 DB에 활용할 데이터를 선별했는지 등이 불명확하므로, 전체 데이터에 대한 증거 보전이 이뤄져야 피해 상황 파악 및 실질적 권리 구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