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구두 경고에 '출렁'…'영끌' 개미 어쩌나

입력 2021-01-16 07:55
수정 2021-01-16 16:27
2030 '빚투' 증가에 당국 경고음


통화당국의 구두 경고 속에 거침없이 질주하던 동학개미의 기세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거품론이, 국외에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이 악재가 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식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경고를 쏟아냈다.

이 총재는 "최근의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고 했고,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을 둔 투자 확대는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30∼40포인트의 조정을 받던 코스피 지수는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낙폭을 키워 2.03%(64.03P) 떨어진 3,085.90에 장을 마쳤다.

중앙은행 총재로 평소 과묵하고 진중한 행보를 보인 이 총재였음을 감안할 때 이날 발언은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구두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와 소비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대로 끌어내려 풀려나온 자금들이 증시와 주택시장으로 유동성이 쏠리면서 통화정책의 약발이 자산시장의 버블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입장에선 실물경기가 바닥을 헤메는 상황에서 증시 거품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물과 금융시장의 동행성이 약화한 상태라면 앞으로 어떤 부정적 충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실물 경제와 주가의 괴리가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2조1천여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장을 지탱했으나 기관(1조4천여억원)과 외국인(7천600여억원)의 매도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 개장이래 10영업일 간 개인투자자는 11조5천억원이 넘는 실탄을 쏟아부었으나 상승장을 추동하지 못한 채 3,100~3,200선 사이에서 기관, 외국인과 일진일퇴의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은 아니어서 조정을 받더라도 3,000선 밑으로 주가가 푹 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3,000이 마디 숫자라는 것 외에 질적 의미는 없다고 본다"면서 "올들어서만 지수가 10% 올라 가격 부담은 있지만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이후엔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관건은 금리와 기업 실적으로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면 유동성 장세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고,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3,000선이 지켜지는 수준에서 실적 시즌까지 횡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디지털전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