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Y 공개합니다"…메일 한 통에 뒤집어진 현대차 [배성재의 Fact-tory]

입력 2021-01-15 13:57
수정 2021-01-15 14:30
현대 아이오닉5·테슬라 모델Y
1월 13일 한국서 동시 공개
전기차 시장 노린 전쟁 임박
《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텍스트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지난 8일 테슬라코리아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모델Y의 실물을 오는 13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메일은 테슬라 계정이 있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송부됐습니다.

재밌는 건 현대자동차의 반응(?)이었습니다. 현대차는 12일로 예정했던 '아이오닉5'의 티저 공개일을 돌연 13일로 옮겼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보도자료 간 일정 조정이 필요했다"라는 이유에서였지만, 아무래도 테슬라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 불티 난 모델3..방전된 코나·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실 현대차는 테슬라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인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만큼은 그 지위를 테슬라에 내줬기 때문입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모두 4만 6,197대, 이중 테슬라의 판매량은 1만 1,826대입니다. 전기차 구매자 4명 중 1명(25.6%)이 테슬라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중형 세단형 전기차인 모델3가 판매량 1만 대를 넘기며(1만 1,003 대) 히트를 쳤습니다.

반면 현대차의 입지는 달랐습니다. 현대차의 2020년 전기차 판매량은 1만 8,612대. 수치로는 테슬라보다 많아 보여도 속 사정은 다릅니다. 판매량 절반을 차지한 전기트럭 '포터 일렉트릭(9,037대)'은 딱히 수입 경쟁자가 없고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거리가 먼 상용차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력 전기차종인 '코나 일렉트릭'은 전년대비 판매량이 40% 떨어진 8,066대 판매에 머물렀고, 단종을 앞둔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1,509대를 파는데 그쳤습니다. 전기 승용차만 따져보면 현대차 제품 2종을 합쳐도 모델3 판매량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다음 달 출시할 현대차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결과물, 아이오닉5가 중요합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까지 처음으로 장착한 만큼, 아이오닉5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특히 한국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로서 한국 시장만큼은 현대차가 가장 먼저 석권하고 싶은 시장일 겁니다.



● 아이오닉5 - 겉은 투싼, 실내는 펠리세이드급

같은 날 공개된 두 차를 비교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차는 현대차가 의식할만했을 만큼 닮은 점이 많은, 직접적인 경쟁작입니다. 같은 SUV인데다가 크기도 비슷하고, 가격대도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티저 이미지만 공개된 아이오닉5의 외관은 지난 2019년 9월 공개된 콘셉트카 '현대45'와 거의 똑같습니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제원이 공개된 것은 아닙니다만, 살짝 엿볼만한 자료는 있습니다. 지난해 말 현대차 오스트리아 법인에서 아이오닉5 퍼스트 에디션의 제원을 공개한 적이 있어서입니다. 이에 따르면 길이는 4640㎜, 너비 1890㎜, 높이 1600㎜, 휠베이스 3000㎜입니다. 투싼과 비슷한 체구지만 휠베이스는 팰리세이드보다 긴 수치입니다. 전기차답게 실내 공간이 역시나 넓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행능력은 이미 공개된 E-GMP의 제원과 유사할 전망입니다. E-GMP는 1회 충전으로 최대 500km 이상(WLTP 기준) 주행이 가능하고,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공개된 아이오닉5 제원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 시간은 5.2초입니다.

신기술도 눈에 띕니다. 'V2L' 시스템이 그중 하나입니다. 자동차가 마치 대형 휴대용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현대차는 이번 티저 공개 영상에서 야외에서 음악을 듣거나 러닝머신을 타는 모습을 보여주며 V2L 시스템 홍보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밖에도 루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솔라 루프' 등 신기술도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 모델Y - '전기차 최강자' 모델3의 후예

한국 시장에 처음 등장한 모델Y는 모델3의 크로스오버 버전입니다. 모델3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30만 대가 팔린 소위 '전기차 최강자'로 불리는 모델입니다. 모델3의 뒤를 잇는 모델Y도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9개월 만에 6만여 대가 팔렸습니다. 올해 모델Y의 글로벌 판매량이 36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14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모델Y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첫인상은 '모델3를 부풀린 것 같다' 싶을 정도로 모델3와 유사했습니다. 전체적인 크기는 싼타페 정도지만 높이는 그보다 낮았습니다. 모델X 크기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보다 앞뒤가 살짝 짧은 수준이라고 짐작하시면 되겠습니다. 정확한 제원은 길이 4,750㎜, 너비 1,978㎜, 높이 1,624㎜, 휠베이스 2,890㎜였습니다.

실내도 마치 넓어진 모델3를 보는듯했습니다. 버튼 형식의 차량 문, 프레임리스 도어부터 실내의 대형 모니터와 간결한 대시보드, 통유리 천장, 스티어링 휠 우측 뒤에 달린 기어 레버 등은 모델3 그대로였습니다. 넉넉한 공간은 트렁크까지 이어졌는데, 모델Y의 공식적인 트렁크 용량은 무려 1,926L에 달합니다. 2열까지 눕히면 2명이 '차박'을 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이오닉5와 마찬가지로 모델Y도 아직 출시일은 미정입니다. 1분기 중 출시만 확정됐는데, 이때 출시할 트림은 전체(스탠다드, 퍼포먼스, 롱레인지) 중 퍼포먼스, 롱레인지 두 가지만 입니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각각 480km, 505km,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 시간은 각각 3.7초, 5.1초입니다. 자율주행 '레벨 3'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받는 오토파일럿 기능에 테슬라 특유의 운전의 재미까지 합하면, '전통의 강자'로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 4천만 원 초반 vs 4천만 원 후반…내 차 선택은?

두 차의 판매량을 가를 관건은 가격입니다. 전기차 가격 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 보조금을 살펴보겠습니다. 환경부의 올해 전기차 지원금 개편안에 따르면 보조금은 3가지 구간에 따라 다르게 지급됩니다. 6천만 원 미만의 전기차는 산정액 전액을, 6천만 원 이상 9천만 원 미만은 산정액의 50%를 지급하고, 9천만 원 이상의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합니다. 보조금 규모는 서울 지역의 경우 최대 1,100만 원(국비+시비)이 될 예정입니다.

현대차와 테슬라 모두 두 차의 가격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조금 구간이 6천만 원에서 나뉨에 따라 6천만 원선이 산정의 기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해외 가격에서 유추해볼까요. 테슬라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Y의 미국 판매가는 4만 1,990~5만 9,990 달러, 우리 돈 4,600만 원에서 6,600만 원 사이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공개된 현지 판매가에 따르면 스탠다드 트림의 가격이 33만 9천 위안(5,757만 원)입니다. 만일 일부 트림을 6천만 원 이하로 확정한다면, 모델Y를 4천만 원 후반대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오닉5의 가격은 6천만 원 선 아래가 유력합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전기차 신차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한 점도 한몫합니다. 물론 최고급 트림이 6천만 원을 넘을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대중성을 갖춘 트림은 실구매가격이 4천만 원 초반을 넘지 않을 전망입니다.

아이오닉5는 2월에, 모델Y는 1분기 중에 출시됩니다. 출시 전이지만 벌써부터 전기차 시장을 공략을 위한 경쟁이 뜨겁습니다. 탁월한 주행 성능과 특유의 감성을 지닌 테슬라 모델Y, 현대차가 갈고닦은 E-GMP의 첫 결과물 아이오닉5. 닮았으면서도 다른 두 차량 중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요. 또 시장은 두 차량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요. 실제 도로를 달리기까지 남은 1개월여간 들려올 소식들이 더욱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