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했던 'LG 롤러블'의 13초…폴드보다 좋은 몇가지 [홍IT인간]

입력 2021-01-12 17:32
수정 2021-01-12 17:33
짧아서 아쉬운 LG 롤러블의 13초
자동 모터로 여닫히며 시선집중
폴더블폰 보다 경쟁력 있는 이유는
예상 뒤엎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출까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짧아서 아쉽다"

한국시간으로 11일 밤 세계가전전시회 CES 2021 LG전자 미디어 컨퍼런스를 통해 LG전자의 롤러블폰이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최소 20~30초 분량의 티저에 직접 손으로 제품을 다루는 핸즈온 영상까지 기대했던 소비자들로선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김진홍 LG전자 전무가 등장하는 5초와 영상 말미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가 제품을 들고 마무리하는 8초를 합해 롤러블폰은 정확히 13초 등장했습니다.



전체 1시간 영상 대비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사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영상 실시간 댓글에는 오직 롤러블 스마트폰 얘기 밖에 없을 정도로 그 인상은 강렬했습니다.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할 순 없지만 몇 가지 제품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요. 제품의 특징과 함께 앞서 폼팩터 혁신을 이뤄냈던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 라인업 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폼팩터 혁신 명칭은 'LG 롤러블'…자동 모터 방식

확실해진 건 제품의 이름입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공식 명칭은 'LG 롤러블'입니다. 'More to Explore'라는 수식과 함께 등장해 LG 롤러블이 새로운 하드웨어로 무장하는 LG전자의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것을 소개합니다. 2년 전 CES 2019 에서 공개돼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롤러블TV 이름은 'OLED R'이었죠. 제품 이름에 롤러블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면서 최초로 상용화되는 롤러블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심어줍니다.



제품 구동 방식은 지난해 깜짝 공개됐던 중국 오포(OPPO)의 롤러블폰과 유사합니다. 모터를 통해 자동으로 디스플레이가 확장돼 화면이 커지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인 구동 원리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정한 속도로 화면이 확장됐다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익스플로러 첫 번째 제품으로 '가로본능폰'이라고 불렸던 LG윙도 유압식 댐퍼와 초소형 힌지로 하드웨어 만큼은 안정적으로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마찬가지로 LG 롤러블도 얼마나 안정적인 자동 모터 방식을 구현하느냐가 제품의 성패를 결정할 첫 번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주름이 없어? 폴더블폰 보다 나은 몇가지

지난해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LG 롤러블은 돌돌 말았을 때 6.8인치(1080×2428), 완전히 화면이 확장됐을 때 7.4인치(1600×2428)가 됩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Z폴드2)가 접었을 때 6.2인치, 펼쳤을 때 7.6인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화면 크기로 보입니다. 제품 크기가 공개돼야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있겠지만 화면 사이즈만으로 비교해보면 디스플레이를 확장하기 전 LG 롤러블의 크기는 일반 '바'형 스마트폰에 가깝습니다. 갤럭시 폴드도 2세대로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전면 디스플레이가 4.6인치→6.2인치로 커졌지만 세로길이에 비해 가로폭이 좁아 타자를 치거나 영상을 시청하는데 불편하다는 한계가 존재했죠. LG롤러블은 일반 스마트폰 감각을 주는 동시에 확장된 화면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의 갤럭시 폴드 시리즈 보단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원리의 화웨이 메이트X 시리즈와 유사한 특징을 갖습니다. 하지만 화웨이 메이트X는 전체 화면이 바깥으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내구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인폴딩 방식의 갤럭시 폴드가 화면에 주름이 생기는 제약이 있다면 아웃폴딩인 메이트X는 화면이 우는(바깥쪽으로 튀어나오는) 단점도 있죠. 실물이 공개되지 않아 확언하긴 어렵지만 LG 롤러블은 그 구동원리가 갖는 이점 덕에 균일한 화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폼팩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명한 포인트가 있는 것이죠. 전면 화면에 카메라 노치 또는 홀이 발견되지 않아 LG윙에 탑재됐던 전면 팝업 카메라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적화와 소프트웨어

LG 롤러블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88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12GB 이상의 램 용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멀티윈도우 등 대화면 스마트폰만의 이점을 살려기 위해선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성능이 먼저 확보돼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큰 화면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 입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시리즈는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다 내부 화면을 열면 바로 큰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췄습니다. 한 마디로 두 디스플레이간 연동성이 좋은 것이죠. 여기에 최대 3개까지 앱을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액티브 윈도우와 Z폴드2 부터는 화면을 접어서 사용하는 프리스탑 힌지도 적용됐죠.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화질 오류 등 여러 문제점들도 있지만 대화면의 활용성을 갖춘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나름 호평을 받았습니다.



LG전자가 앞서 폼팩터 변화를 줬던 LG윙의 경우, 여러 기능들을 갖췄음에도 메인 디스플레이와 세컨드 디스플레이의 유기적 연동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실컷 두 개의 화면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존재했습니다. 이런 경험 탓에 LG 롤러블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6.8인치 화면에서 실행되는 영상이 7.4인치로 커지면서 사이즈에 맞춰 바로 최적화된다는 것을 CES 티저에서 보여줬는데요. LG 롤러블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기능들이 많다면 소비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 관건은 가격입니다. 업계에서는 LG 롤러블 가격이 최소 200만원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제조사들의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최상위 모델들은 150~200만원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장 비싼 제품 가운데 하나인 갤럭시Z 폴드2가 239만8천원에 출고가가 정해졌던 것에 비춰봤을 때 LG 롤러블은 200~250만원대의 가격대로 출고될 전망입니다. 예상을 뒤엎고 낮은 가격으로 높은 가경경쟁력을 갖춘다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부활시키는 상징으로 더 부각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