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구조 마저 '좌지우지'...도넘은 국민연금 경영갑질

입력 2021-01-12 17:35
수정 2021-01-12 17:35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증권부 정희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기자, 사실 국민연금의 경영간섭 이야기는 올해에만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올해 특별히 달라지는 점이 있는 겁니까?

<기자>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수탁자책임활동, 이른바 스튜어드십코드가 강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말부터 세부적인 내용이 준비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수탁자책임활동을 위한 세부지침들이 더 촘촘히 마련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올해부터는 ‘국민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등에 관한 안내서’라는 이름으로 자체 투자기업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은 이달 중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이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앵커>

그러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이사회 구성에 직접 관여한다 이런 의미입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이름은 안내서지만 세부내용을 보면 기업경영 깊숙이 관여하는 내용들인데요.

우선 기업에 CEO 승계정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 CEO의 유고 등 비상시 혹은 퇴임시 승계 절차 등의 내용을 담은 승계 정책을 이사회에서 마련하고 공개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주주들의 알권리 보장을 명목으로 기업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받은 공개서한의 내용과 진행상황 등을 공개하라는 것과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라는 내용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이사회 인원 구성에 대한 자격요건, 감사위원이나 보상위원 구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 등 기업 경영의 핵심기구인 이사회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여기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반발이 상당했겠죠.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승계정책 관련 내용입니다.

경영계에서는 후계구도를 미리 지정하고 공개하는 것이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후계자를 사전에 공개할 경우 외부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등 기업 경영에 있어 높은 불확실성에 노출된다는 겁니다.

여기에 공개서한 주요내용과 진행 상황을 공개할 경우 투기자본의 여론전에 악용되는 등 앞서 CEO승계정책 공개에 따른 부담요소와 마찬가지로 투기자본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측은 권고사안일 뿐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에서는 이번 지침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의 주주행동주의라는 불확실성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특히 앞서 언급했던 사안들은 지침대로 수행할 경우 국민연금이 아닌 외부 투기세력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건데요.

결국 수행하자니 외부 투기세력의 공격이 두렵고, 안하자니 국민연금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란 겁니다.

<앵커>

이런 목소리를 감안해서 지난해에 국민연금이 한차례 수정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초안에 비해 상당부분을 수정하긴 했는데요.

우선 감사와 보상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라는 내용이 상법상 기준에 맞춰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할 것으로 수정됐습니다.

배당과 관련해서는 중간, 분기배당 근거를 정관에 마련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경영여건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배당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경영계 지적에 이를 삭제했습니다.

이처럼 일부 안건들은 초안대비 완화되긴 했지만, 핵심 쟁점들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초안에서는 승계정책 마련과 관련해 승계담당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 운영에 대한 평가를 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하도록 돼있었는데요.

개정안에는 승계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공개하라는 내용으로 간소화되는 수준에 그쳤는데요.

결국 CEO 승계정책을 공개하라는 큰 틀에서는 동일한 상황입니다.

기업들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받은 공개서한의 내용과 처리현황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은 수정 없이 그대로 반영돼 있고요.

이사회를 구성인원에 대해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자, 이사회 참석률이 직전임기동안 75%를 넘지 않는 자를 배제하는 등 법적근거가 없거나 모호한 기준을 자격요건으로 명시해둔 내용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곧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잖아요.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를 하려 할테고, 기업들 부담은 더 커지겠군요?

<기자>

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올해부터는 국민연금이 지분 5%이상을 보유한 기업들 가운데 일반투자 기업들의 부담감이 특히 높아질 전망입니다.

일반투자목적으로 변경이 처음 시작됐던 것은 지난해 2월로 3월 주주총회시즌 전이긴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3월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국민연금이 투자기업들에 주주제안을 했던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금융위원회 규정상 변경한 보유목적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6주전에는 변경해야 하는 만큼 지난해는 준비단계로 보여집니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 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정관변경안건이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 아슬아슬하게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LG화학의 물적분할 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하는 등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 확대에 대한 불안감은 점차 커져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때문에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시작으로 일반투자목적 기업을 향해 주주제안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권행사기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증권부 정희형 기자였습니다. 정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