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전자' 된 삼성전자…인텔 손잡고 '훨훨' 날까?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입력 2021-01-11 17:47
수정 2021-01-11 17:47
"인텔, 칩 아웃소싱 생산 검토"
TSMC와 삼성전자 등 거론돼
인텔, 7나노 공정 6개월 늦어져
헤지펀드가 기술력 비판하기도
삼성, 파운드리 격차 좁힐 기회
# 구원투수는 삼성?

<앵커>

마지막 키워드는 '구원투수는 삼성?'으로 돼 있습니다.

야구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고,

삼성이 누구를 구원한다는 겁니까?

<기자>

네, 미국의 인텔이 자사 칩 생산의 일부를,

삼성전자 등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해

"인텔이 삼성전자, TSMC와 일부 칩 생산 아웃소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가보다 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인텔은 외주 생산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생산하고 판매까지 하는 그야말로 '반도체 제국'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런데 인텔이 갑자기 왜 삼성전자에 외주를 준다는 겁니까?

<기자>

바로 생산 기술이 삼성전자나 TSMC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회로선폭 10나노미터 공정에서 제품을 양산 중인데

회로선폭이 좁을수록 더 작고 효율성이 높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10나노미터 이하의 미세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합니다.

인텔은 경쟁 업체인 AMD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는

7나노미터 반도체 개발에서 완성도, 그러니까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는 인텔의 지분 0.5%를 보유한 헤지펀드가,

공개적으로 인텔의 기술력을 비판한 사례도 있고요.

이러자 업계에서는 일부 반도체 생산 물량을 외부에 맡긴다는 얘기가 나온 겁니다.

<앵커>

반도체 업계를 주름잡던 인텔이 예전같지 않다는 거군요.

<기자>

네, 인텔은 그야말로 반도체 업계의 제왕이었는데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을 앞세워서

메모리부터 중앙처리장치(CPU), 서버칩까지 업계 표준을 제정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도설이 돌던 AMD에도 위협을 받고 있고,

큰 고객인 애플마저 맥북에 인텔 CPU가 아니라 자체 칩을 넣겠다고 발표했죠.

전문가들은 "너무 오래 업계를 지배하면서 자만에 빠진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앵커>

삼성전자와 TSMC 두 회사를 저울질 하는 것 같은데,

어떤 회사가 인텔과 손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나요?

<기자>

아직까지 두 업체 모두와 손을 잡을 지,

어느 한 곳과 손을 잡을 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곳을 선택한다면 현재까지는 TSMC가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는 TSMC, 2위는 삼성전자로,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54%와 17%입니다.

점유율로 놓고보면 TSMC가 압도적으로 높고,

이미 인텔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라인 구축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텔이 원하는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는 각각 60%와 40% 비율로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과거 인텔이 삼성전자와 협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요.

2019년 4월에 'Anyoung haseyo(안녕하세요)'란 제목의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습니다.

사진에 있는 이 인물은 인텔의 라자 코두리 수석 부사장인데,

삼성전자의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 조형물 앞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계정에 올린 거죠.

이 사진으로 인텔이 삼성전자와 협력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소식이 퍼졌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내용도 공개된 것은 없습니다.

<앵커>

이번 외주물량을 받아낸다면 삼성전자에게는 기회가 되겠습니다.

<기자>

네, 일단 TSMC가 인텔과 손잡는다고 해도,

TSMC는 인텔 물량만큼 다른 고객의 주문을 빼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TSMC에서 '팽'당한 고객이 고려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상황입니다.

혹여 반전이 나와 인텔이 삼성전자를 택한다면,

'TSMC를 기술력으로 이겼다'는 훈장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또 매출이 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실적도 좋겠죠.

삼성전자가 올해 주력인 메모리 D램의 슈퍼 호황이 기대되는 데다,

지난해부터 퀄컴, IBM, 엔비디아 등 파운드리에서 수주를 따냈는데요.

증권가는 당장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이,

지난해 14조원에서 올해 최대 2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