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쥐, 행복하소" 돌아온 손편지 연하장

입력 2021-01-02 07:48


"원래 연말엔 친구들을 한 번씩 만나는데 이번엔 결국 못 보게 돼 어떻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까 하다 손편지를 썼어요."

대전에 사는 주부 김현경(28) 씨는 지난해 세밑 친구들에게 자필 연하장과 립스틱 선물을 담은 소포를 보냈다.

18개월 된 아들이 있어 외출이 더욱 조심스러웠다는 김씨는 2일 "랜선으로 친구들 얼굴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정성 들여 편지를 썼다"며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 위로와 응원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간 이동과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자 종이 연하장에 직접 손으로 쓴 메시지를 담아 보내며 아쉬움을 달래는 이들이 많아졌다.

취업준비생 정모(25) 씨도 작년 12월 31일 저녁 터치펜으로 아이패드에 글을 적고 그림을 그려 연하장을 직접 만든 뒤 따로 사는 가족과 평소 고마웠던 선배 등 10명에게 발송했다.

정씨는 "지난 한 해 내내 코로나 때문에 가족 얼굴마저 잘 못 봤고 약속을 미루다 결국 못 본 분들도 많다"며 "카톡이나 문자로만 새해 인사를 보내기보다 이렇게 정성을 담아 쓴 편지를 받으면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덜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손편지까지는 아니어도 예년에 써오던 메시지에 한층 더 공을 들인 이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목사 안용수(67) 씨는 작년 세밑 오전 A4용지 2장을 가득 채워 '2021년 희망 메시지'라는 제목의 편지를 PC로 작성하고 사진을 찍어 주변인 150여 명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안씨는 "작년에는 주변 친지 몇 명에게 문자로 두어줄 써서 새해 인사를 하고 말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얼굴도 많이 못 본 데다 너무 절망이 가득했던 해여서 꼭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정성을 담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의 연하장이나 카드 판매량 추이도 이런 분위기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구로구의 한 편지지 업체 관계자는 "2019년에는 회사나 단체의 대량 구매가 많았는데, 2020년 연말에는 업체 주문은 줄었지만, 개인이 많이 사 가는 사례가 늘어 전체 판매량이 작년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편지지 업체 관계자도 "2010년대 들어 매년 카드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2020년 판매량은 2019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직접 쓴 연하장을 받아든 이들은 정성이 느껴져 더욱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연말 친구에게서 연하장을 받았다는 신모(32) 씨는 "손편지를 받아본 건 학창 시절 이후 처음이라 신기하고 반갑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와 다르게 친구의 흔적이 느껴지는 손글씨를 보니 더 정성스럽게 느껴지고 고마워서 답장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