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절할 시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진영별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선 전초전'격인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야 모두 셈법이 복잡하게 얽힌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거론한 1일, 곧바로 여의도 정국의 쟁점으로 부상한 것도 이러한 민감성을 반영한다.
여당인 민주당 내 교통정리부터 쉽지 않다. '촛불 민심'을 기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에서는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게시판에선 "이러자고 촛불 든 것이 아니다", "당내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며 비난이 이어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과 처벌이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 있다"며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물밑기류는 '대권주자 이낙연'의 방정식과는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여권의 차기 레이스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지지율이 조금씩 밀리는 상황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역시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과 달리, 당 차원에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장 재보선 정국을 앞두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쇄신을 앞세워 중도층 외연확장을 시도한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 특히 콘크리트 지지세를 거느린 박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받고 야권의 전면에 부상하는 시나리오는 중도를 넘어 진보와 불모지 호남에 다가서는 김 위원장 등 신주류로선 달가울 수 없는 경우의 수다.
여의도 정가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당분간 신중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건의하겠다고 한 만큼 실제로 건의가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만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낙연 대표가 일정부분 문 대통령과 교감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과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이 자리에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후임을 내정하고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을 교체하며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조와 맞물려 전략적으로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늦어도 3·1절 전에 결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