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에 처음으로 교양 프로그램 리포터 선발 면접에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제작국장부터 주요 CP 및 데스크, 평PD까지 10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신설 지역 민방이다 보니 응시자가 1천 명 가까이 되었다. 한번에 10명씩 들어왔다. 당혹스러웠다. 3초 이상 보면 다 예뻤다. 옆에 앉은 고참들은 어찌 보나 곁눈질을 해보니 이건 보는 것이 아니고 훑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판단하지?"
지금은 알 것 같다. 일정 기준선이 있었다. 선배들은 경험적으로 소위 '방송 먹기'(선천적 방송 적합자)를 보는 눈이 있었고 기준선에 미달하면 미련 없이 넘어갔다. 시쳇말로 '경험적 관상쟁이들'였다.
'운명을 바꾸는 관상 리더십'은 김동완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가 썼다. 인문학과 사주명리학 부문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처음 책을 접하고 어떤 아픔 같은 것이 밀려왔다. 동양학은 서양식 과학과는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서 서구적 시각으로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을 메우려 무던히도 애쓴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레퍼런스가 치열할 정도로 풍성하다.
저자는 '부산 박 도사'로 세상에 알려진 명리학의 대가 박재완 선생, 80년대에 건강이 상한 운동권 인물을 난초 그림으로 치유해 줬다는 장일순 선생 등 '강호의 전설들'로부터 사사했다. 그래서인지 케이스스터디에 진보 정치인이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편향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연예인과 기업인 케이스스터디도 풍성해서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 글로벌 빅 테크 기업인도 등장한다. 이들의 경영철학과 명언도 함께 소개해서 깊이를 더했다.
사전을 통독할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을 찾아보면 족하다. '운명을 바꾸는 관상 리더십'은 관상학, 수상학, 지문학 등을 집대성한 동양학 사전 같은 책이다. 연말연시에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돌아보고 신년을 설계하는데 참고 할 수 있다.
저자는 100% 선천적 운명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성형은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관상은 타고나는 결정론에 자신의 의지인 인정, 성장, 자유 이 세 가지의 인간 행복 3요소를 충실히 실천해 나갈 때 얻어진다." (사진=도서출판 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