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이주열의 경고 "집값 상승 속도 과도하다"

입력 2020-12-17 16:24
수정 2020-12-17 16:3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주택 등 자산 가격과 실물 경기가 동떨어진 사실을 지적하며 금융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아울러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3차 유행이 앞선 1·2차 유행보다 민간소비 등 경기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 중앙은행이 장기간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실물과 자산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자산 가격이 높아져도 과거와 같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는 제한적인 반면, 자산불평등 확대와 금융불군형 누증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율이나 실물 경기 상황과 비교해 과도하기 때문에, 금융불균형에 유의하며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집값이나 전셋값 상승이 저금리 탓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후 관계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박했다.

그는 "저금리가 금융비용 감소를 통해 주거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를 늘리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전세가격이 급증한 것은 6월 이후인데 저금리 기조는 그 훨씬 이전부터 유지된 만큼 최근 전세가 상승은 시장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에 더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의 경기 영향 관련 질문에는 "국내 코로나 전개 상황은 지난달 한은이 경제 전망을 발표할 당시 예상한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지금의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강도 높게 시행될 것이고, 이 경우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앞선 두 차례 확산에 비해 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고용 비중이 큰 업종에 코로나 3차 확산의 충격이 집중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기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올해 -1.1%·내년 3%) 하향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염병 확산세가 이번 겨울을 지나서도 꺾이지 않으면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이 내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백신 보급 등에 코로나 글로벌 확산세가 빨리 진정되면 수출은 생각보다 호조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세가 겨울 중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본 뒤 전망 조정 여부를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장기 저물가)이나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이 모두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그는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태인데, 내년 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높아진다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국내 경기 개선과 국제 유가 상승과 더불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개선,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 오름세, 정부 정책 측면의 물가 하방압력(올해 고교 무상교육 확대 등) 축소, 최근의 전·월세 상승세 등이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내년과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 1.5%로 제시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각각 1%, 1.3%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 총재는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라는 경제계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개인적 생각으로 유동성이 많이 늘었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외에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보니 사람들의 수요가 과거처럼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