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불지른 재건축 바람…압구정이 '들썩'

입력 2020-12-18 17:28
수정 2020-12-18 17:28
<앵커>

이번 연말 서울 집값의 상승세를 이끌어가는 곳은 대표적인 부촌인 압구정으로 꼽힙니다.

최고 입지의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위한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조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강남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이 중 압구정 4구역이 최근 조합창립총회를 마치고, 18일 강남구청에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습니다.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지만 사업 진척이 더뎠던 압구정에서 첫 조합 설립이 임박한 겁니다.

압구정지구는 아직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이 나오지 않아 뚜렷한 건축계획도 없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가한 점이 내부 단합을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인터뷰> 김윤수 압구정 4구역 재건축 조합장

"결정적 계기였죠. 어느 단지든 '실거주 2년' 규제에 해당되는 규모가 30%는 됩니다. 그 사람들이 재건축 조합 동의한 것을 철회하면 재건축 사업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조합설립은 75%, 재건축 사업은 80% 동의율이 필요한데, 재건축 추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거죠."

'2년 실거주 의무제'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분양권을 못받고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되는 것이 골자입니다.

투기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라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결국 재건축 추진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단기간에 조합 설립 추진이 이뤄진 것입니다.

4구역에 이어 5구역도 연내 조합설립총회를 계획하고 있고, 압구정 1, 2, 3구역까지 모두 80%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해 내년초 총회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 진행이 가시화되자 가격도 연일 신고가로 치솟고 있습니다.

압구정 현대6차(144㎡)는 지난달에만 최고가를 두 번 경신했고, 현대2차(144㎡)도 한달 만에 1억5천만원 오르며 신고가로 거래됐습니다.

현대7차 전용 245㎡형은 1년 전 거래가보다 무려 13억원이나 오른 65억원에 매매되기도 했습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도 한층 어려워지기 때문에, 당분간 압구정 아파트 집값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지정하지 않은데다 여의도·잠실과 함께 개발하는 지구 마스터플랜 수립을 보류하고 있어 본격적인 사업 추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