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추사 김정희의 걸작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을 9일 청와대로 초청해 "코로나 때문에 지친 국민들께도 아주 큰 힘과 또 희망이 될 것이라고, 또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청와대 본관 입구에서 손 선생을 직접 맞이하며 최고 예우를 보였다. 기념촬영 이후 인왕실에서 환담이 이뤄졌다.
손 선생은 지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추사 김정희의 걸작인 '세한도'를 비롯해 총 30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부친인 고(故) 손세기 선생도 1974년 서강대학교에 200점을 기증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너무나 아끼는 마음으로 딱 하나 남겨 두셨던 ‘세한도’, 그마저도 이번에 다시 또 기증을 해 주셨다"면서 "정말 국가가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국보 제180호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힘들고 어려운 세한의 시기 가장 힘이 되어준 제자이면서 벗인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담아 그린 그림이다.
문 대통령은 "'세한'이라는 말이 공교롭게도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며 "세계가 다함께 코로나를 겪어보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방역에 대해서 모범적이고, 또 이웃을 배려하는 그런 아주 성숙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하는 것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환담회는 손 선생이 지난 8일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2020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에서 금관 문화훈장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문화훈장 중 최고영예인 금관 문화훈장은 문화유산 정부포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이번에 처음 수여됐다.
환담회에는 손 선생을 비롯해, 자녀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내외와 박양우 문체부 장관,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이 함께했다.
손 선생의 아들 손성규 교수는 "세한도가 1844년 세상에 나왔다. 지금까지 세한도 176년 역사 중 저희 가족이 50년 동안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 드리는 일을 아버지가 잘 매듭지어 주셨다.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말씀처럼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국민께 '세한도'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손 선생과 가족들에게 세한도에 담긴 인장 '장무상망(長毋相忘)' 글귀와 손수 만든 곶감, 무릎담요를 선물하며 '오래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에 기증된 '세한도'를 비롯한 문화재들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를 통해 11월 24일부터 국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후에도 상설전시와 미술사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