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구안을 진행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인프라코어 매각 가능성, 그리고 그 이후에 기대되는 변화들을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산업부 배성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배기자, 현재 두산에서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자회사가 두산인프라코어, 그리고 두산건설이죠. 각각 진행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먼저 두산건설의 경우엔 지난 여름 대우산업개발로의 매각이 결렬된 바 있습니다. 인수가격에서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다시 두 번째 매각을 시도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요. 최근에는 일부 사업을 분할하면서 몸집 줄이기도 하는 등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상당히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당초 현대중공업지주와 GS건설 등 6곳 정도가 인수 의지를 드러냈는데, 지난주 열린 본입찰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 두 곳만이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약 36%인데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매각 가격은 1조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당초 예비입찰자로 6곳 정도가 거론됐는데 실제 본입찰 참여는 두곳만 했습니다. GS건설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했는데 참여를 하지 않았고…. 이걸 놓고 흥행실패다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던데, 왜 참여가 이렇게 저조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GS건설은 자금동원력도 있고, 건설업과 건설기계업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본입찰을 포기했는데요. 가장 큰 이유로는 이른바 DICC 소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DICC의 재무적 투자자(FI)는 2015년부터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만일 이 소송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패소하면 약 8천억 원 수준의 손해가 발생합니다. 거의 인수금에 맞먹는 규모의 손해가 생길 수 있는 거죠. 때문에 GS건설 외에 다른 곳들도 입찰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입니다.
다만 GS건설은 "인수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동시에 내놔서, 언제든지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시그널은 남겨뒀습니다. 그래도 두산인프라코어가 앞선 두산건설보다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인수전은 괜찮은 겁니까? 시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두산그룹 측은 본입찰 이후에 두 후보 기업들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무래도 업계에선 자금력이 앞서고 또 같은 업종인 현대중공업지주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또 현대중공업지주는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유진그룹의 경우엔 다수의 M&A 경험이 있지만 다소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앵커>
현재까지는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좀더 유력하다고 시장은 일단 보고 있다는 건데, 이렇게되면 규모가 엄청 커지겠네요?
<기자>
만일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시장 독과점 문제가 대두될 전망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국내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은 거의 50%(43.5%, 2018년 기준)에 달합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인 현대건설기계까지 합치면 국내 시장 점유율이 거의 80% 수준에 다다르는 기업이 탄생합니다. 저희 기자들도 국내 건설기계를 취재할 때 대표적으로 두 곳만 취재하면 될 정도였는데, 이게 하나로 합쳐지는 셈이니, 그 규모가 짐작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일단 현대중공업지주 측은 "건설장비는 수입에 제한이 없다" 즉 국내 제품을 고르든 수입제품을 고르든 사용자의 자유기 때문에, 기업결합 심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앞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두 기업 중 한 곳은 곧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본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각종 매각 작업들이 상당히 속도를 내서 이제는 그 마무리가 보이는 듯 하군요. 인프라코어가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실 두산그룹 자구안의 핵심이다 라고 할 수 있는데, 매각이 잘 된다면 두산그룹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 겁니까?
<기자>
잘 아시다시피 두산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발전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수주 내역과 재무 움직임을 정리해봤는데요. 지난달만 정리해도 상당히 많습니다.
먼저 해상풍력에 관한 MOU가 활발함을 보실 수 있는데요.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사업을 2025년 연매출 1조 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남동발전과의 2GW 규모 해상풍력 업무협력(MOU)를 맺었습니다. 통상 원전 1기를 1GW로 계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2기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또 국산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3MW 수준이라서 '발전 용량이 작다'는 단점을 지적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MOU에서 8MW급 대용량 발전기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을 맺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SK건설, 또 한국석유공사과 바다 위에 떠있는 풍력발전설비, 이른바 부유식 해상풍력과 같은 새로운 기술협력도 예고 중입니다.
<앵커>
친환경 사업쪽으로 완전하게 무게추를 돌리게 된다. 풍력 말고 수소 산업쪽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지난달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두산그룹 대주주들이 두산퓨얼셀 지분 23%, 약 6천억 원 규모의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죠.
두산중공업의 핵심계열사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두산퓨얼셀로 옮겨지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두산퓨얼셀은 국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발전용 연료전지는 현대차가 만드는 자동차용 연료전지와는 아예 다른 제품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발전용 연료전지를 상업화해서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앞으로 두산그룹은 친환경을 중심으로, 특히 수소사업인 퓨얼셀쪽이 중심이 된다 라는 거군요. 이렇게 전환이 됐을때 전망이 밝다 라고 볼 수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내년부터 두산중공업은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 발전 기업'으로 전환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풍력과 수소 발전은 국내 수주량이 많습니다. 풍력의 경우엔 국가 주도적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가 있습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두산퓨얼셀이 지난 3분기까지 수주잔고가 무려 약 2조 4천억원 수준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내년에 미국으로의 소형모듈 원전 수주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기반으로 향후 수익 전망을 갖춰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