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5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감염경로 불명' 환자도 늘어나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29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안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지역 사회에 잠복한 감염이 상당해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3차 유행 규모가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04명으로 집계돼 26∼27일(581명, 555명)에 이어 사흘 연속 500명대를 이어갔다. 이는 1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3월 초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총 336명으로, 직전일(383명)보다 47명 적었다. 이날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400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일간 500명대에서 확진자 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을 보인 상황에서 전날 오후 6시 집계치도 직전일보다 다소 줄었지만 그렇다고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주말에는 검사 건수가 적어 신규 확진자가 평일보다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민이 경각심을 갖고 모임과 이동을 자제한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면서 "지금은 유행이 꺾이는 시기인지, 아니면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확산이 지속될 것인지를 가늠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중심에는 지역감염이 있다. 전날 504명 가운데 96.4%인 486명이 지역발생 확진자였다.
김장모임을 비롯한 각종 소모임, 학교, 학원, 사우나, 당구장 등 다양한 일상 공간에 더해 군부대까지 침투하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모임과 관련해 총 22명이 확진됐고, 경기 화성시와 인천에서는 지인 모임을 통해 각각 15명, 11명이 감염됐다. 서울 강서구 댄스·에어로빅학원(누적 155명), 마포구 홍대새교회(135명), 부산·울산 장구강습(91명), 충북 제천 김장모임(25명) 등과 관련해서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전날까지 2주간 새로 확진된 5천37명 가운데 16.5%에 해당하는 829명의 감염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비율은 지난 15일부터 13∼14%대를 유지하다가 27일 15.4%로 오른 뒤 전날에는 16.5%로 상승했다. 500명대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염경로 불명 환자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감염 경로 불명 환자가 많다는 것은 어디선가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감염이 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3차 대유행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4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인 만큼 가급적 모임과 약속을 취소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당분간은 지금 수준의 발생 규모가 이어질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위험 행동을 하나하나 줄여야만 반전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