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제로 쓰이는 피나스테리드(제품명: 프로페시아, 프로스카)가 우울증·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남성 호르몬 안드로젠을 차단하는 피나스테리드는 원래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남성형 탈모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탈모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비뇨 외과 전문의 트린 쿠옥 디엔 박사 연구팀이 세계보건기구(WHO)가 153개국으로부터 모든 약의 부작용 사례를 수집한 데이터베이스(VigiBase) 중 피나스테리드의 부작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와 UPI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피나스테리드의 부작용 사례로는 자살 성향(suicidality)이 356건, 우울증·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가 약 3천 건 보고됐다.
피나스테리드 복용자는 자살 생각을 하거나 자살을 기도할 위험이 63%, 우울증 등 다른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작용은 피나스테리드를 탈모 치료 목적으로 복용한 45세 이하 남성들에게 나타났으며 전립선 비대 치료를 위해 복용한 비교적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45세 이하 남성들은 이 약을 복용한 후 자살 생각을 하게 될 위험이 3.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그러나 피나스테리드가 이러한 사례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며 다만 연관이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내분비내과 전문의 마이클 어위그 박사는 피나스테리드의 이러한 사례가 나이 든 남성보다 비교적 젊은 남성에게 나타나는 이유는 피나스테리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성기능 장애(sexual dysfunction)가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젊은 남성에게 성기능 장애는 남녀 관계와 성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보스턴대학 의대 비뇨기과 전문의 압둘마게드 트라이시 교수는 피나스테리드는 일부 젊은 사람에게 중추신경계를 교란시켜 우울증, 자살 생각 같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의사가 피나스테리드를 젊은 사람에게 처방할 때는 최소한 이러한 위험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피나스테리드 복약 설명서에 이러한 위험을 알리는 '박스 경고문'(boxed warning)을 넣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피부과학(JAMA Dermatology) 온라인판(11월 11일자)에 실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