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된 뒤 러시아가 잇따라 자국 개발 백신의 효능이 그에 못지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11일(현지시간) 백신 홍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과가 92%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백신 3상 시험에 참여한 20명의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백신 접종자와 플라시보(가짜 약) 투약자 간 비율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RDIF는 설명했다.
RDIF는 백신 접종자에게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3단계 임상시험(3상) 중간 결과를 조만간 권위 있는 국제의학지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국립 내과·예방의학 연구센터' 소장 옥사나 드라프키나도 전날 기자들에게 "보건부 지시로 일반인 대상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의 효능을 관찰하고 있다"면서 "관찰 결과 효능이 90%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러시아 측 발표는 화이자가 전날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데 뒤이은 것이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효능과 안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능이 화이자 백신에 못지않음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지난 8월 11일 자국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공식등록)하며, 자국 전문가들의 성과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스푸트니크 V는 그러나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상을 건너뛴 채 1, 2상 뒤 곧바로 국가 승인을 받으면서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측은 이후 권위 있는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1·2상 결과를 게재하면서 "올해 6∼7월 시행한 두 차례의 임상시험을 통해 참여자 전원에게서 항체가 형성되고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부터 의료진·교사 등의 고위험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동시에, 모스크바 주민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3상에 해당하는 '등록 후 시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2회로 이루어지는 접종에서 2만명 이상이 1차 접종을 받았고, 1만6천여 명은 1·2차 접종을 모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사 측은 1차 접종 3주 뒤 2차 접종을 하고, 2차 접종 후 3주가 지나야 완전한 면역력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한편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공화국 방역 당국은 이날 관내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맞은 42명의 의사 가운데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