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장기적 증세 방안이 필요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향후 경기 회복 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강력히 제어할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위축 시기에는 국가채무비율의 빠른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이후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는 시기에는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지 않도록 긴축적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국가채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지출 급증과 국세 수입 둔화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46조9천억원까지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역대 최고치인 43.9%로 작년 말(37.7%) 대비 6.2%포인트 급등하게 된다.
KDI는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는 재정 건전성과 국가 신용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인구구조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고려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최대한 통제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증세를 통한 재정 수입 확보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가채무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재정지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면 고강도의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추가적인 재정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일단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기반의 광범위한 확충이 필요하겠지만, 아무래도 그걸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증세 방안도 같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해 내놓은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정 실장은 "국가채무가 이미 많이 늘었고, 앞으로도 많이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런 것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KDI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경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확장적인 거시정책으로 경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재정적자가 높은 수준임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로 확대된 재정지출이 장기적으로 굳어지는 것을 방지한다면 재정 여력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