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관피아…금융권 요직 독차지 ['신 관치시대' 관피아 부활]

입력 2020-11-12 17:32
수정 2020-11-12 17:33
<앵커>

공직에서 퇴직한 고위 관료가 관련 기업 대표나 협회장 등 요직을 차지하는 일명 관피아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민간 출신을 밀어내고 퇴직 관료 출신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는 우리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정호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현재 국내 6대 금융협회 가운데 절반인 3곳은 퇴직 관료 출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전국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회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해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는 고위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유력주자로 거론되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최근 관피아 논란에 부담을 느낀 듯 후보직을 고사했습니다.

이달 초 퇴임한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3일 선출 예정인 차기 손보협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됐습니다.

정지원 손보협회장 내정자 역시 금융위의 핵심부서와 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엘리트 경제 관료 출신입니다.

다음 달 8일 임기가 만료되는 신용길 생보협회장의 후임에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과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등이 거론됩니다.

진웅섭 전 원장은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등을 거쳤고, 정희수 원장은 19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역임한 3선 의원 출신입니다.

이들 협회의 회장 자리가 모두 관 출신으로 채워지면 6대 금융협회 가운데 금융투자협회를 제외한 5곳을 관료 출신 인사가 석권하게 됩니다.

퇴직 관료가 요직을 차지하는 현상은 비단 금융협회뿐만 아니라 금융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선출 예정인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은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서울보증보험 차기 사장은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부쩍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항만업계 재취업이 참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면서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밀려 금융협회 회장직은 대부분 민간 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이 본격화되면서 6년 만에 관료 출신 수장들이 다시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관피아의 부활이 현실화되면서 금융권의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