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헬릭스미스의 최근 1년간 행보에 대해서 쭉 살펴봤는데요.
성장기업부 홍헌표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지금 리포트를 보니까 헬릭스미스 경영진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 유상증자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는 기업 경영을 하다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23일 엔젠시스 임상3상에서 임상 혼용 사고를 겪고 난 이후 보유한 현금이 2,300억원에 육박해 2년간 유상증자는 없다고 4번이나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실제로 2019년 8월에도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년 만에 또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말을 바꿨다는 것 뿐 아니라 이번 유상증자에는 대주주가 참여를 안한다는 점도 신뢰도 추락에 계기가 됐습니다.
김선영 대표는 주식담보대출 등에 묶여있는 금액도 상당하고, 더 이상 여력이 안돼서 대주주는 참여를 안 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상황이 이해는 갑니다만 정서적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에 헬릭스미스 개인투자자들은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주주카페 반응을 보실까요?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주주들은 현재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총을 열기위해 위임장을 모으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습니다.
회사와 신약 약물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티고 있던 소액주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말을 바꿔서라도 이번에 유상증자를 또 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내년도 관리종목 편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자본 대비 법인세 차감전 순손실 비율이 50%를 넘었습니다.
최근 3년 중에 2개년도가 이 손실비율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지난해 1,082억 원의 손실을 내면서 이 조건에 한 차례 걸렸습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05억 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현재 자본총계가 1,500억 원 수준인데, 하반기에도 비슷한 손실을 기록하면 자본확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당초 발표했던 공모예정가 38,150원에 750만주, 약 2,800억 원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는데, 유증 발표 이후 주가가 그 이후 폭락하면서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유증 규모는 약 1천억 원을 조금 웃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사가 기대한 만큼의 유상증자가 되지 않는다면 미국 현지 자회사 제노피스 매각이나 가지고 있는 기술의 라이선스 아웃 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유상증자도 그렇고, 여기서 문제되는 게 또 터졌어요. 위험 자산에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면서요?
<기자>
그동안은 공시가 안돼서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유상증자를 준비하면서 금융감독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겁니다.
고위험 펀드에 상당히 많은 금액을 투자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팝펀딩과 DLS 상품에도 가입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로 자본유치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핵심투자위험 요소를 상세히 보는데요.
이번에 헬릭스미스가 위험자산 투자한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투자위험 요소로 공시하라고 지시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헬릭스미스 측은 현재 매출을 마땅히 낼 곳이 없고, 현금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물론 전부 다 손해를 본 것은 아니고 수익을 낸 상품도 있긴합니다만 손실 규모가 더 크고요.
당초 R&D에 쓰겠다고 한 자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앵커> 유상증자를 해서 목적과는 다르게 위험자산에다 투자를 했단 말이죠. 이걸 막을 방법은 없는 겁니까?
<기자>
사실 회사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일일이 공시해야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사가 자금을 예금, 펀드, 채권 어디어디에 투자했다, 운용하고 있다, 이런 걸 상세히 공시하지는 않죠.
지분투자를 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지분투자는 지분율이 10%를 넘으면 주요 주주로 등재되면서 한 주만 거래해도 공시를 해야하지만 이런 일반 금융상품투자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실제로 옵티머스에 400억 원 투자를 한 에이치엘비도 사전에 공시를 한 적은 없습니다.
진양곤 회장이 이 사실을 따로 유튜브를 통해 밝혔지 공시로 사전에 알 수는 없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 투자는 공시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일히 공시를 한다면 이 또한 지나친 규제가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을테고요.
또 개인이 직접 금융사에 가서 투자하는 것과는 달리 상장사가 회사의 자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인데요,
이 중에 고위험 자산에 투자를 했고, 이게 실제로 손실로 처리됐다면 주가하락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그게 소액주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거든요.
직접적인 규제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에도 확인을 해봤지만 현재까지는 증권신고서를 낼 때 핵심투자위험 요소로 공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일반적인 사업보고서에는 공시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금융당국에서 꼼꼼하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까지는 기업의 윤리경영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최근에 바이오업계에서 유독 이런 문제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신라젠도 그렇고 코오롱티슈진에 메디톡스까지, 왜 바이오업계가 특히 그런 거죠?
<기자>
바이오회사가 다 나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굳이 이유를 찾자면 바이오회사는 실체가 없는 미래 가치에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제약사나 위탁생산을 하는 바이오 기업이 아닌 이상 그 회사가 무엇을 개발하는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신약을 만든다는 기대감으로 투자를 하게 되고, 이런 부분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상장도 하게 됩니다.
신약개발에는 5년~10년 이렇게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임상 과정을 거치면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면 주주들도 실망하게 되고, 경영진도 흔들리게 됩니다.
여기서 소수의 비윤리적인 회사가 나오는 모습입니다.
<앵커>
연거푸 문제가 발생하다보니까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기자>
일단 단기적으로는 상장을 준비 중인 국내 바이오회사들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회사들이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고, 기관이나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K바이오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어떤게 바뀌어야 하는 걸까요? 또 투자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요?
<기자>
일단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정윤택 /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몇몇에 대한 불미스러운 일들은 결국에는 성장통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보다 투명적하고 도덕적인 그런 것들을 중무장하고 모든 경영방식에 있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한, 글로벌 기업들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영방식을 모색해야 지금의 성과를 대폭적으로 확대를 해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해외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충실하면서 장기적인 성과를 냈거든요, 우리도 이런 기업이 나왔으면 합니다.
결국은 연구개발을 통한 성공만이 답입니다.
제도적으로는 부도덕한 기업에 매번 솜방방이 처벌이 가해졌는데요.
상장을 해서 개인 배만 불리는 기업가의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절실합니다.
매번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는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분들께는 한 바이오회사 CEO의 말을 인용해 드리겠습니다.
바이오 회사도 매출을 내야한다. 바이오라고 무조건 신약 성공의 기대감만 가지고 평가받아서는 안된다.
남의 돈으로 연구개발을 하면 더더욱 기업경영을 절실하게 해야한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인투자자분들께서도 지나친 기대감보다는 그 회사가 본분에 얼마나 충실한 지 꼼꼼하게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앵커> 헬릭스미스의 현재 상황 그리고 최근 일어난 국내 바이오업계의 이슈에 대해서 짚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