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사려면 북한강 건너야"…상수원보호규제 '지역차별' 논란

입력 2020-11-06 17:21
수정 2020-11-06 17:26
남양주시 조안면 45년째 상수원 보호규제
양평군 양서면은 처음부터 면제


경기 남양주시가 현재 상수원 보호 규제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남양주시 조안면에 45년간 묶여있는 상수원 보호 규제 개선을 위해 나섰다.

최근 조안면 주민들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데 발맞춰 현지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시장이 '1일 이장'이 돼 주민들의 불편을 체험하기도 했다.

남양주시는 6일 오후 조안면 북한강에서 선상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북한강 상수원보호구역 시작 지점에서 팔당댐까지 배를 타고 가면서 규제 때문에 낙후한 지역 현황과 문제점 등을 설명했다.

오른쪽 조안면 일대는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간혹 나무 사이로 낮은 건물이 보였지만 단풍으로 물든 산이 전부였다. 이 지역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건축물이나 공작물 설치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어업에 종사할 수 없으며 딸기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주스나 아이스크림 등으로 만들어 파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음식점과 펜션 등도 불가능하다.

반면 북한강 사이로 마주한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는 다른 세상이다. 15층짜리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 있고 식당과 카페 등이 즐비하다. 여느 도심이랑 다름없었고 고층 건물 신축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조안면 주민들은 몸이 아파 당장 간단한 약이 필요하면 북한강 양수대교를 건너 600m 떨어진 양수리에 가야 할 정도고, 먹고 살고자 음식점을 운영했다가 단속돼 범법자로 전락, 대부분 폐업했다고 호소했다.

조안면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상수원관리규칙에서 정한 건축물 설치 규제,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정부는 1975년 7월 9일 수도권 시민 2천500만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한강 상류인 북한강과 접한 경기 남양주, 광주, 양평, 하남 등 4개 시·군 158.8㎢를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남양주 조안면 42.4㎢(26.7%)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양수리는 빠졌다. 지정 당시 면 소재지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제외했다. 당시 조안면은 와부읍 출장소가 있었다. 현행 상수원보호구역이 불합리하고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남양주시가 판단한 이유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양수리에 공동주택과 상업시설이 빼곡하게 들어섰는데도 수질 보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상수원관리규칙의 토지·건축물 규제는 효과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남양주시는 추상적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됐고 그동안 하수처리 기술이 발달한 만큼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강 변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총량을 통합 관리하고 상수원을 북한강과 남한강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광한 시장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학이 발달해 다양한 방법으로 물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 내가 사는 곳에서 목욕탕에 가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작은 희망"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