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단단한 깻잎통의 부활…'아이폰12 프로' 사용기 [홍IT인간]

입력 2020-11-06 17:01
수정 2020-11-06 17:01
더 단단해진 아이폰12 프로
과거 깻잎통 디자인에 호평
120Hz·AOD는 역시 안 들어가
돌비비전·야간모드 촬영은 개선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뭐가 가장 크게 바뀌었는지부터 확인하게 되죠.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2' 시리즈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패키지가 간소해졌습니다. 이미 몇 년 전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100% 대체하는 'RE100'에 가입한 애플이 환경보호 캠페인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충전기 어댑터까지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10년전 깻잎 통조림과 유사했던 아이폰4 디자인을 다시 채택하면서 2017년 아이폰X 이후 가장 크게 제품 디자인에 변화를 줬습니다. '아이폰다운' 디자인으로 돌아오면서 신제품의 인기는 폭발 중인데요. 특히 상위 모델인 아이폰12 프로는 미국에서도 배송이 최장 3주로 늘어나 공급이 어려운 지경입니다. 환경보호 생각한다면서 별도 패키지가 필요한 맥세이프 충전기는 따로 출시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비판도 나오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이 확실한가 이겠죠. 만족할만한 제품인지 아이폰12 프로를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 단단함에 단단함을 더했다

아이폰12 프로는 6.1인치 OLED 디스플레이(픽셀 해상도 2532 x 1170)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옆면을 마감했습니다. 스마트폰용 강화유리를 제작하는 코닝과 함께 새로운 소재 세라믹 쉴드를 개발해 전면을 마감했죠. 이 덕분에 제품이 전체적으로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애플은 기존 아이폰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낙하 성능을 4배 개선했다고 밝혔는데요. 쉽게 말해서 똑같은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했을시 망가지는 제품이 4분의1로 줄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리뷰용으로 제품을 대여 받은 탓에 실제 낙하 테스트는 해보진 못했지만, 미국 IT전문매체 CNET은 약 2.7m 높이(9피트)에서 제품을 떨어뜨려도 화면이 멀쩡하다고 전했습니다.



모서리가 직각인 것도 내구성 강화에 한 몫을 합니다. 제품을 떨어뜨려도 화면이 지면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습니다. 같은 매체의 실험에서 화면이 화면 정면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옆면과 뒷면 글래스에만 손상이 많이 갔습니다. 투명 맥세이프 케이스도 기대 이상으로 단단한 하드 케이스여서 제품을 더 보호해줍니다. 케이스가 제품 모서리를 전체적으로 감싸며 돌출돼 있어 충격을 완화해주는 모습입니다.

아이폰12 프로는 아이폰11 프로(5.8인치)에 비해 화면이 커졌습니다. 베젤이 줄어들면서 화면 비율이 올라 제품의 전체적인 크기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두께가 8.1mm에서 7.4mm로 줄어서 손에 쥐는 그립감은 더 좋습니다. 아이폰XR보다 세로 길이가 5mm, 가로폭은 4mm 가량 줄었지만 화면 비율은 6.1인치로 같습니다. 갤럭시 시리즈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플래그십 기종들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화면 베젤은 두꺼운 편입니다. 대신 지금까지 나온 아이폰 시리즈 가운데선 가장 시원한 화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이미 120Hz를 썼다면 답답할 겁니다

세라믹 쉴드에 IP68방수방진 등급에 6m 수심에서 30분 버틸 수 있는 등 내구성이 좋아졌지만 신제품 치곤 눈에 띄게 달라진 게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품에 적용된 운영체제 iOS14는 이미 기존 제품들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업데이트여서 아이폰12 시리즈만의 차별점은 아니죠. 출시 전 프로급 모델 라인업에서 120Hz 화면 주사율을 볼 수 있을 거란 예측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5G 아이폰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품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5G는 비싸기만 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어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아이폰12 프로는 애플의 최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14 바이오닉을 탑재했습니다. 애플은 경쟁사 제품 대비 50% 이상의 성능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아마도 퀄컴 스냅드래곤865+ 프로세서를 두고 언급한 것이겠죠. 실제 벤치마크 점수 결과를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폰12 프로에 탑재된 A14 바이오닉은 싱글코어 1,596점 멀티코어 4,004점을 기록했습니다. 갤럭시Z 폴드2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865+는 싱글코어 948점, 멀티코어 2,865점을 나타내 제법 점수 차이가 나는 편입니다. 이에 따라 현존하는 스마트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능들은 대부분 잘 수행합니다. 화면전환 빠르고 게임, 인터넷, 동영상 모두 빠르게 처리합니다. 라이다 센서로 구현하는 AR(증강현실) 스캔 역시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다만 '부드러운 120Hz 화면만 있었다면...'이란 아쉬움은 계속 남네요.



배터리 절대량이 줄었음에도(아이폰11 프로: 3,046mAh → 아이폰12 프로: 2,815mAh) 실제 사용해본 결과, 하루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합니다. 배터리 테스트를 위해 하루종일 충전 없이 아이폰12 프로를 사용해봤는데요. 웹서핑, 유튜브, 사진촬영 등 화면 켜짐 시간이 6시간 정도 됐을 때 배터리 잔량은 20%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 기종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입니다. 배터리 절대량은 전작보다 적지만 A14 바이오닉 덕에 효율이 오르면서 비슷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 사진·동영상에서 성능 발휘하는 'A14'

애플은 아이폰12 쇼케이스에서 이게 스마트폰 행사인지 카메라 행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카메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성능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게 별로 바뀌지 않아서인지는 알 수 없어도 카메라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건 확실하죠. 전작인 아이폰11 때 나이트모드(야간)가 개선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이한 기능이 추가되기 보단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인상입니다.





아이폰12 프로 카메라는 전작보다 메인 카메라의 F값이 낮아지면서 조금 더 많은 빛을 받아들입니다. 여기에 라이다 센서가 추가되면서 저조도 환경에서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프로 맥스 모델부터는 이미지센서 크기 자체가 커지고 새로운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 기능인 센서 시프트가 들어가지만 프로급에서 물리적인 스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주간 환경에서 초광각 카메라 사진은 120도 화각을 지원합니다. 123도를 지원하는 갤럭시Z 폴드2와 비교했을 때 화각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색감이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아이폰12 프로 쪽이 조금 더 사실적으로 표현되면서 색감이 옅은 편입니다. 일반각에서 사진의 디테일이 더 살아나는데요. 사진을 확대해보면 나뭇잎이 더 디테일하게 표현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14 바이오닉 칩의 위력은 일반 사진에서도 나타나지만 동영상 촬영에 두드러집니다. 동영상을 찍을 때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경우 일반 스마트폰 환경에선 갑자기 밝아진 빛을 모두 받아들인 뒤 다시 포커스를 맞춰 조절하는데요. 아이폰12 프로에선 갑자기 화면을 햇빛 쪽으로 돌려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돌비비전 촬영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더 풍부한 색감을 표현한다는 인상입니다.



아이폰11 때 주목받았던 야간모드는 신제품에서 전면 셀피 카메라와 더불어 초광각, 망원 카메라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초광각 모드에서 야간 모드 품질은 일반각 보다 밝게 나오지 않았고 디테일도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일반각에서 야간 모드는 폴드2에 비해 피사체의 질감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기존 아이폰보다 밝아진 느낌인데, 전면 뎁스 카메라를 통해 찍는 인물모드는 사람과 배경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다고 판단됩니다. 대신 전작과 마찬가지로 빛이 렌즈에 반사돼 나타나는 고스트 현상은 여전합니다. 물론 고스트 현상은 아이폰12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Z폴드2 역시 같은 자리에서 고스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깻잎 통조림을 부활한 아이폰12 시리즈의 초반 흥행은 성공적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제품 출시 일정이 한 달 가까이 연기됐지만 올해 판매량만 7,500만대 이상으로 예측돼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을 전망입니다. 특히 아이폰7·8 교체 수요가 맞물렸고, 신제품 가격에서 만큼은 애플답지 않게(?) 비슷하거나 저렴한 수준으로 나오면서 구매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론 지난해에 새로 아이폰11 프로급 이상을 구매했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마그네틱으로 무선충전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맥세이프가 필요 없고 조금 더 나아진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아이폰11을 계속 갖고 있는 게 현명합니다. 물론 신제품을 꼭 기능만 보고 구매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