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텍스트를 전달드리겠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태양광 발전소]
지난 1월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히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취재 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LA와 라스베이거스 사이에 있는 모하비(Mojave) 사막을 지나다 저 멀리 산맥을 따라 길게 늘어선 검은색 띠를 발견했습니다. 동행했던 가이드가 태양광 발전소라고 알려주기 전까진 무엇인지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달리고 있는 도로에서 약 4km가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준. 사막이라는 최적의 조건까지 합쳐 '태양광 발전이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의 이름은 '아이밴파(Ivanpah)' 발전소. 세계 최대 규모인 370MW 수준의 태양광 발전 설비였습니다.
신재생에너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에도 태양광 발전 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건물 외벽 또는 산지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된 모습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새만금 부지 등 염해 농지를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로 만드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아이밴파 발전소에 어깨를 견줄 만큼 거대한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들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Fact-tory가 일곱 번째로 찾아간 곳은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에 위치한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입니다.
[Fact]
- 위치: 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원
- 부지 면적: 158만 8,846㎡ (약 48만 평)
- 발전 설비: 태양광 약 98MW, ESS 306MW
● 48만 평에 빼곡히 들어선 태양광 모듈
전남 해남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는 목포역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인근에 도착하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태양광 모듈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 수는 무려 25만 1,916개. 연간 전력 생산량은 129GWh로, 인근 해남군과 영암군 인구 6만여 세대가 1년간 사용 가능한 용량입니다. 현장 관계자는 해남과 영암을 넘어서 인근 지역 전력 수요량의 85~95%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이곳의 전체 면적은 약 48만 평으로 영산강 하굿둑 사업 후 드러난 갯벌을 개간한 곳입니다. 축구장 190개 크기와 맞먹고, 발전소 남북단 거리만 1.2km에 달합니다. 발전 단지의 한가운데 불룩 솟은 '태양의 정원'에서 발전 단지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발전 단지는 산책로로도 활용될 예정으로, 모듈 사이사이 산책로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본 발전 단지의 모습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달랐습니다. 풀 한 포기 없지만 빽빽한 숲에 들어와있는 듯한 이색적인 광경이었습니다.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영농형 모듈은 상당히 높게 설계돼 모듈 아래 공간이 비어있었습니다. 영농형 태양광에서는 마, 버섯 등 작물들을 키울 예정이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없어 다소 적막했습니다.
● ESS, 90%만 충전…"화재 방지 총력"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력을 생산합니다. 생산된 전력은 발전 단지의 북서쪽에 위치한 306MW 급 에너지 저장 장치, ESS에 저장됩니다. 해가 진 뒤에도 인근 지역 주민들은 ESS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 단지에서 모듈 외에도 ESS 시설은 핵심 시설로 꼽힙니다.
발전용 ESS는 화재 위험이 있는 만큼 현재 90% 수준만 충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화재 예방 차원에서 ESS를 20개 동으로 분리해 설치했습니다. 한 동에 불이 나더라도 나머지엔 불이 옮겨붙지 않는 구조입니다. 현장에 동행한 김동하 솔라시도태양광발전 현장소장은 ESS 시설에 대해 "늘 섭씨 20℃ 정도의 서늘한 수준으로 유지해 화재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의 ESS는 모두 삼성SDI 제품입니다. 동마다 배터리 셀을 모은 '랙(Rack)'이 5개씩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ESS를 모두 충전하고 남은 전력은 그리드를 통해 한전으로 송전됩니다. 참고로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의 매출은 연간 400억 원 수준입니다. 손익분기점은 전선 매립비 등 각종 비용을 매운 뒤인 10-11년 뒤에나 넘을 전망입니다.
[Story]
● 중국산 모듈 비율이 60%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의 건설 기간은 당초 작년 2월부터 12월까지였습니다. 그러나 태양광 모듈 국산화율을 올리기 위해 이를 3개월 연장해 올해 3월에야 완공됐습니다. 그렇게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국산 모듈 비율은 40% 수준. 나머지 60%는 중국 업체인 진코솔라의 395W 모듈을 사용했습니다. 김동하 소장은 "한화 등 국내 업체들을 수소문했지만, 짧은 기간 내에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면서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솔라시도에 100% 중국산 모듈이 사용됐다'라는 말은 틀렸지만, 그래도 60%라는 숫자는 못내 아쉬웠습니다.
다만 앞으로 인근 지역에 설치되는 모듈은 국산화율이 높아질 전망입니다. 김동하 소장은 "직접 써보니 하역비 등 각종 비용까지 따진다면 국산 모듈이 더 낫다"면서 "향후 설치될 태양광 모듈은 되도록 국산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솔라시도 관계자들도 "생산만 된다면 중국산보다 국산이 나은 것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솔라시도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한 한솔테크닉스 관계자는 "중국산 모듈 가격이 국산보다 약 10% 싼 건 사실이나, 우리도 중국산에 못지않은 390W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 '5GW 급' 태양광 시설, 가능할까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는 2005년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사업입니다. 발전 단지 주변도 스마트시티, 골프장 등이 자리한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인데요. 발전 단지 남쪽에 있는 부동 지구에는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RE100 전용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사업도 함께 추진 중입니다. 나아가 '영산강 유역 5GW 태양광 개발계획'에 따르면 영산호와 영암호, 금호호 등에 설치될 태양광 발전 시설만 무려 5GW 규모입니다.
물론 이 계획들이 아직까진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현장에서 본 RE100 전용 산업단지는 붉은 흙이 드러난 부지만 있을 뿐 아직 아무 기업도 입주하지 않았습니다. RE100 정책이 내년 1월에야 시행되는데다, RE100 참여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답을 기다려야 한다는 숙제도 있습니다. 사업이 시작된 지 15년째인 지금까지 온전히 완성된 건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단지 하나뿐이니, 그 속도를 짐작할 만합니다.
앞으로 숙제가 많지만, 직접 본 거대한 태양광 단지의 모습만큼은 멋졌습니다. 지난달 23일에는 상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이곳을 다녀갔을 만큼, 앞으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였습니다. 과연 해남에 미국 아이밴파 발전소(370MW)의 10배를 훌쩍 넘는 초대형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서고, RE100 전용 산업단지에 국내 대기업이 입주할 수 있을까요. 점점 구체화하고 있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꾸준히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