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이 정말 많습니다. 문제점도 많아 보이는데 개선책은 없는 건지 취재기자와 얘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업부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이슈가 부동산 문제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해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등 강력한 규제책만 내놓으면서 논란이 많은데 이 부분 어떤 방향으로 보완이 돼야 할까요?
<기자>
집 한 채 외에 별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 사이에선 보유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가격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존하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란 비판도 나오는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가주택과 중저가 주택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000만원인데요. 쉽게 말해 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원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고가주택 9억이란 기준 또한 12년 전에 규정된 거라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낡은 규정이죠. 때문에 실거래가 9억원으로 돼 있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하고, 재산세 감면 기준인 6억원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양도세 문제도 한 번 짚어야 할 거 같은데요. 현직 세무사가 세무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부동산 세금 문제점을 인터뷰로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원준범 세무사
“다주택자가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채널이 모두 막혔다는 겁니다. 모의세금계산을 해서 2~3억이 나오면 주택 매도를 포기합니다. 팔수도 없고 세를 줘야하니 전세가격만 올라갑니다. 매매와 전세 물량 다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기는 거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매물출회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정말 고민하고 있는 게 맞냐는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기업 세금 부분도 짚어볼까요?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상속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상속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죠? 상속세 문제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하려면 어떤 개선방안이 있을까요?
<기자>
우리가 살면서 가장 쓸 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 재벌 걱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대기업의 세금을 걱정해준다. 잘 와 닿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과도한 상속세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간과할 대목이 아닌데요.
전문가들은 우선 상속세율 인하 등을 통해 기업승계를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기업 경영이 활성화되면 법인세가 증대되고, 고용창출을 통해 소득세도 증가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세율 인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당장에 인하가 어렵다면 상속세를 매기는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을 물려주는 사람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고 이건희 회장의 총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거죠.
이 방식에서 유산을 물려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단 겁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인터뷰> 홍기용 인천대 교수
"결국은 보편적인 취득세 방법이 상속세 전 총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유산세보다 낫습니다. 자녀가 많고 이러면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받은 사람에 재산에 따라 세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분산의 효과가 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16개국(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유산을 물려받는 사람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수 있겠습니다. 12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습니다.
<앵커>
시대에 맞지 않는 세금도 적지 않은데요. 이 부분도 한번 짚어볼까요?
<기자>
자동차를 살 때 붙는 개별소비세가 대표적입니다.
40여 년 전엔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전이라 소위 부자들만 살 수 있는 값비싼 사치품이었습니다. 정부로선 소비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1977년에 만들어진 게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의 사치세입니다. 지금은 개별소비세로 이름을 바꿔 부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됐죠. 올해 6월 기준 등록된 자동차수만 약 2,402만대에 달합니다.
단순 비교해도 전체 우리 국민 5,187만명 중 46.3%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 2명 중 1명이 차를 갖고 있는 건데요.
문제는 지금도 1,000㏄ 이상의 자동차에는 사치품에만 붙는 개별소비세가 붙는다는 겁니다. 때문에 달라진 현실에 맞춰 개별소비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3,000만원 미만 차량에는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개정 법안이 국회에 발의(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된 상태입니다.
우리가 주유하고 내는 기름값에도 정말 다양한 세금이 붙어 있는데요.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구조를 한편 살펴볼까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등 총 6개나 됩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주유비 가운데 60% 정도를 세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시대’가 와도 세금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100원 밑으로 떨어지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름 소비를 막는 한편 환경보호 등의 목적으로 세금을 붙이는 것은 타당하겠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유류세에 붙는 교통세를 지금보다 30% 정도 내리고 너무 많은 세목도 좀 단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신기자, 정부의 세금에 대한 인식과 정책 방향 자체에 문제는 없나요?
<기자>
지난해 법인세·근로소득세 등 7개 주요 세목 징수액이 162조1,000억 원(국세청 자료)입니다. 2년 새 25조 원(18.2%) 가까이 늘었는데요.
법인세 상위구간을 신설하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인상한 영향이 컸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인상했고, 공시지가 인상으로 이미 부동산 보유세도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또 올리고 있죠.
문제는 이렇게 세금을 많이 거두고 있는데도 향후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 원 이상 더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금을 많이 걷더라도 국민이 낸 세금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모두가 납득을 할 겁니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지급 정책은 정책 실효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게 현실이고요.
최근엔 통신료 2만원 지원 정책이 있었죠. 코로나19로 핸드폰 사용량이 늘어서 요금을 지원해준다는 거였는데, 우리나라는 쓴 만큼 통신료를 내는 게 아니라 낸 만큼 써서 통신비가 늘지 않습니다. 내수 진작 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판도 나왔죠.
세금을 얼마나 걷고, 또 어떤 분야에 얼마만큼 쓸지는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중요한건 지금의 정부와 여당이 국민 공감대 없이 각종 세금 관련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있다는 점인데요.
많은 세금을 걷고 고복지로 갈지, 아니면 감내할 수 있을만큼 걷고 중복지로 갈지 국민적 공감대부터 먼저 구한 다음 그에 맞춰 세금정책을 추진하는게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신기자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