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클릭했다가... '몸캠피싱 노예'

입력 2020-11-03 12:00


대학생인 남성 A씨는 최근 랜덤채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 B씨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자기소개와 사는 곳, 이름, 사진을 당당히 올린 모습에 의심 없이 제안에 응한 A씨는 영상통화 화면에 해당 여성이 등장하자 "소리가 안 들리니 앱을 설치하라"는 요구에도 흔쾌히 응했다.

그러나 몇 분간 영상통화가 끝난 직후 악몽이 시작됐다. B씨는 앱을 통해 빼돌린 A씨 스마트폰 내 연락처 전체 목록을 보내며 "통화 중 알몸을 찍었다. 돈 주고 합의하지 않으면 지인들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학생이라 돈이 없다"는 A씨 말에 B씨는 "매일 랜덤 채팅 앱에 들어가 여성인 척 호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영상이 유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남성에게 접근해 알몸 영상이 찍히게 한 뒤 동영상 유포를 빌미로 협박하는 '몸캠피싱' 피해가 늘고 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심어 연락처를 빼돌린 후 영상 유포로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지만, 피해자가 청소년인 경우는 몸캠피싱의 범행도구로 활용하려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은 호기심에 클릭했다가 가족이나 학교에 영상이 퍼질까 두려워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장기간 범죄 행위에 가담하거나 학교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청소년도 있다. 몸캠피싱 피해를 당한 고등학생 C군은 일부 금액을 입금했음에도 3주간 범죄에 가담했다. C군은 "유튜브에 알몸 영상을 올린 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매일 새벽 2시까지 랜덤채팅 앱 수십 개를 이용해 사이버 호객에 나섰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집계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2건에 불과했던 몸캠피싱 발생은 지난해 1,800여 건으로 급증했다. 범죄가 교묘해지면서 검거 건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신고를 피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발생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안업체 팀카시아는 "악성코드가 의심되는 앱은 절대 설치하지 말아야 하고 채팅 앱 이용자들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며 "범죄조직은 가족 학교 등 단계별로 협박 수위를 높이며 끊임없이 금품을 요구하므로 어떠한 요구에도 응해서는 안 되며, 피해를 당할 경우 전문 보안업체를 찾아 도움을 요청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