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자충수'…오히려 "사표받아라" 30만명 돌파

입력 2020-11-02 11:36
수정 2020-11-02 11:37
秋 장관, 이환우 저격에 평검사 집단 반발
'검사들 사표받아라' 국민청원 등장
나흘 만에 국민 30만명 이상 동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집단 항명에 나선 평검사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 추 장관이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공개 저격한 데 대해 평검사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오히려 ‘역풍’ 조짐이다.

'커밍아웃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30만7천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동의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불과 나흘 만이다. 현재 동의 속도를 감안하면 역대급 동의도 가능하다. 청원 마감은 이달 29일로 넉넉하게 남아있다.

청원인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검찰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고 썼다. 또 "감찰 중에 대전을 방문해 정치하고, 그를 추종하는 정치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는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주시라"고 요구했다.

청원인이 지칭한 '커밍아웃 검사'는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 비판 글을 올린 이환우 검사에 지지 의사를 표한 검사를 뜻한다.



○ 秋는 왜 이환우 검사를 저격했나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한 기사를 첨부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적었다. 추 장관이 첨부한 기사는 지난해 8월 20일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쓴 '동료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라는 제목의 기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트위터에 이 기사를 걸자 40분 만에 추 장관도 합세했다.

검찰의 인권유린 의혹을 다룬 이 기사에 등장하는 검사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이환우 검사다. 이 검사가 하루 전인 28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라는 글을 올리자 추 장관이 다음 날 이 검사의 의혹이 담긴 기사를 꺼내들며 '커밍아웃'이라는 말로 '공개저격'한 것이다.

추 장관이 이 검사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인권유린' 의혹을 받는 검사가 '검찰개혁'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 '나도 커밍아웃한다' 평검사들 동조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이 평검사를 공격했다'며 반발했다.

이 검사에 이어 다음날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도 지난 29일 추 장관에 반발하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노무현정부 때 법무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의 사위이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다.

최 검사는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지…"라고 남겼다.

이 검사와 최 검사, 두 검사의 '항명' 글에 검사들이 '나도 커밍아웃한다'는 항의성 댓글을 달고 있다. 실명으로 300명이 넘는 검사들이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 추 장관 정면돌파…文정부 지지층 합세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도 추 장관은 이틀 뒤인 31일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입니다. 저도 이 정도인지 몰랐습니다'라는 글을 또 게시하며 정면돌파의 뜻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의 'SNS 평검사 저격'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있다. 다만 국민청원 게시판의 분위기는 추 장관 논란을 넘어섰다. 과거 이같은 굵직한 현안마다 文정부 지지층이 결집하며 반격에 나선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3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146만9천명)이 등장하자 '문 대통령 응원' 청원에 150만명 넘게 동의하며 반격했다. 또 '조국 장관 임용 반대' 청원에 30만8천명이 동의했지만 '조국 장관 임명' 청원에는 두배가 넘는 75만7천명이 동의하며 숨어있던 지지층을 끌어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여론 동향을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검란(檢亂)'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는 이번 사태는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과의 대결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오히려 '검찰개혁'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불러모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