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로젠택배, '노예 삶 강요'"…대표 "개선 약속"

입력 2020-10-26 18:07


전국 택배 노동조합(이하 택배 노조)은 26일 14시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김태완 택배 노조 위원장, 이상열 택배 노조 부위원장과 고인이 된 김 씨(50세)의 로젠택배 부산 강서 지역 동료들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김인동 택배 노조 사무처장은 "그간 택배 노동자들의 삶의 처지가 너무 열악해 수많은 요구를 했으나 무엇 하나 들어준 게 없다"라고 비판했다.

● "로젠택배, 권리금·보증금에 위약금까지 받아…"

노조에 따르면 김 씨는 로젠택배 부산 강서 지역에서 11개월 근무했다. 고인의 하루 배송 양은 200여 개였는데, 그는 추석을 전후로 동료들에게 '힘들다'라고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동료 김동국 씨는 "고인이 10월 20일(사망 당일) 새벽 동료 노조원에게 카톡으로 유서를 남겼다"라며 "물류 터미널에서 숨져 관리 부장이 당일 발견했다"라고 증언했다.

택배 노조는 김 씨의 사망이 로젠택배의 갑질과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권리금과 보증금 문제, 일방적으로 갑에게 유리한 계약서, 지점의 열악한 환경 등으로 인한 사화적 타살이라는 주장이다. 고인의 동료 정상문 씨는 "로젠 본사는 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찾아와서 유가족을 만나려는 노력이 없다"라며 "로젠택배 대표를 만나 이 문제에 대한 책임과 보상, 앞으로 기사들의 처우는 어떻게 할지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젠택배에서 근무하려면 권리금 명목으로 해당 지역을 담당하던 전임자에게 최대 1,500만 원을 내야 한다. 추가로 300~500만 원 수준의 보증금을 지역 대리점에 지불해야 함은 물론, 퇴직 시 1,000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을 책임도 있다. 서창열 택배 노조 호남지부장은 "이런 문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라며 "제2의 김 씨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택배사 규제하는 법제 없어…정비 서둘러야"

택배 노조는 로젠택배에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했다. 권리금이나 보증금 문제의 해결은 물론 불공정 계약이나 열악한 노동환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근본 해결 방안이 없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노동자들의 죽음의 이면에는 현재 택배사들을 규제하는 법과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 지부장은 정부를 향해 "택배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아 법과 제도를 빠르게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 최정호 대표 "감사팀 통해 제도 정비" 약속

기자회견이 끝난 뒤 택배 노조는 로젠택배 사옥을 방문해 최정호 로젠택배 대표를 만났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 대표는 내달 1일부터 감사팀을 통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관계자는 "구체적은 답은 없었으나 현재 계약서 문제는 감사팀을 발족해서 정확히 파악해 개선할 것을 약속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택배 노조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위원장은 "진정성이 느껴졌고, 세부적인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것보다는 전체적인 사과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표가) '앞으로 현장에 대해 더 많이 신경을 쓰겠다'라고 약속했다"라며 "'후속처리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하겠다'라고 명확하게 말했다"라고 전했다.